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저지 대책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저지 대책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방한 일정을 마치고 출국한 지 이틀이 지났지만, 정부는 그로시 총장의 발언을 수습하는 데 진땀을 빼고 있다. 그로시 총장이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계획대로 방류가 이뤄진다면 수산물이 오염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 그로시, ‘수산물 수입 괜찮나’ 질문에 “그렇다”

그로시 총장은 지난 10일 보도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IAEA 최종 보고서가 한국 정부를 향해 후쿠시마산 수입 재개를 압박할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수입 금지 조치는 전적으로 한국 정부의 결정이자 책무”라면서도 “계획대로 방류가 이뤄진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어류 등 수산물이 오염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로시 총장은 “그 누구라도 ‘일본의 방류 때문에 수산물이 오염됐다’고 주장하더라도 이는 과학적으로 전혀 맞지 않는 것임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한국이 당장 수입해서 먹어도 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거듭 강조하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물(오염수)이 안전하게 처리된다면 (후쿠시마산) 생선에 영향을 끼칠 방사성 핵종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 물을 직접 마셔도 된다”고까지 말했다. 

문제는 해당 발언이 ‘방류 후에도 수산물을 수입해도 문제없다’는 뜻으로 읽혀진다는 점이다. 또 그로시 총장의 발언은 향후 일본이 우리나라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경우, 우리나라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허용과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를 별개의 건으로 대응하던 정부의 기조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간 정부·여당, 대통령실 모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는 유보적이지만,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은 금지라는 입장을 내왔다. 그러나 그로시 총장이 이같이 발언하면서, 정부가 IAEA 보고서를 근거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도 허용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생겼다. 

◇ 정부 “추가 발생 오염이 없다는 의미”

이에 정부는 11일 “IAEA가 보고서에 담은 내용은 후쿠시마 바다에 대한 것이 아니라, 도쿄전력의 오염수 해양방출 계획의 안전성에 대한 평가”라며 “그로시 사무총장도 방류된 오염수로 인해 추가로 발생하는 오염이 없을 거라는 의미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사무총장 발언이 후쿠시마 바다와 여기서 잡힌 수산물이 안전하다는 내용으로 귀결되고,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근거가 사라진다고 다소 억지스러운 주장을 하고 계신다”며 “잘못된 전제를 기반으로 전개된 것이기 때문에 명확히 거짓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박 차장의 설명에 따르면 그로시 총장은 후쿠시마 바다에서 잡힌 수산물이 오염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게 아니라, 방류된 오염수로 인해 추가로 발생하는 오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발언했다는 것이다. 박 차장은 전날 브리핑에도 “기존 후쿠시마 인근 해역이 오염되지 않았다거나,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섭취해도 괜찮다는 주장과 전혀 다르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그로시 총장이 방한해 오염수 방류에 반발하고 있는 우리나라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설명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야당과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그로시 총장이 과학적 설명보다 정치적 발언만 하고 돌아갔다는 비판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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