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관련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토보고서를 존중한다면서 오염수 해양 방류를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오염수와 관련해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 이후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혀 왔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처음으로 입장을 낸 것이다. 

◇ 윤 대통령 “IAEA 발표 내용 존중” 

윤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한 호텔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약 30분간 만났다. 양 정상은 올해 상반기 서울과 도쿄를 상호 왕래하며 12년 만에 셔틀외교를 복원했다. 양 정상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이번이 여섯 번째다.

윤 대통령은 회담에서 “원자력 안전분야의 대표적 산하 국제기구인 IAEA의 발표 내용을 존중한다”면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적인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방류 점검 과정 우리 전문가 참여 △모니터링 정보 실시간 공유 △방사성 물질 농도 초과시 즉각 방류 중단 등 세 가지를 기시다 총리에게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계획대로 방류의 전 과정이 이행되는 지에 대한 모니터링 정보를 실시간으로 우리 측과 공유하고 방류에 대한 점검과정에 우리 전문가도 참여토록 해 달라”고 했다. 이는 IAEA가 주도적으로 오염수 방류 과정을 모니터링 하지만, 한국에서도 전문가 파견을 요청해 일본의 방류 계획을 철저히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윤 대통령은 “방사성 물질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방류를 중단하고 우리 측에 그 사실을 알려달라”고 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일본 총리로서 해양 방출 안전성에 만전을 기하여 우리 국민과 한국 국민의 건강과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방출은 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이어 기시다 총리는 “해양 방출 개시 후  IAEA의 검토(review)를 받고, 일본이 시행하는 모니터링 정보를 높은 투명성을 갖고 신속하게 공표할 것”이라며 “만일 모니터링을 통해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 계획대로 즉시 방출 중단을 포함해 적절한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 가속 예상

윤 대통령이 이같은 입장을 밝힘으로써, 사실상 오염수 해양 방류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3일(한국시간) “정상 간의 논의가 있었기 때문에 후속 이행 차원에서 일본 측과 실무협의에 조속히 착수할 예정”이라고 했다. 오염수 관련 실무협의는 외교부를 중심으로 국장급 협의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이날 한일정상회담을 두고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마련됐다”며 반겼다. 하지만 비판 여론이 더 높은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상회담 의제에 우리 국민의 요구가 빠져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은 윤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도 YTN ‘더뉴스’에 출연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 그러면 방류하지 말라고 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여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마치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를 대변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슬기롭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모니터링 정보 공유’와 ‘문제 시 방류 중단’ 요청을 두고 “하나마나한 얘기”라며 “윤 대통령의 면피성 요청”이라고 지적했다. 

또 윤 대통령이 애초에 방류를 막을 의도가 없었다는 비판도 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방류를 막는 말을 해야 대한민국 대통령이지 방류를 인정하는 말을 한 것은 일본 총리가 하는 얘기”라며 “세 가지를 요구한 것 그 자체가 방류를 전제하고 인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이 요청한 ‘방류 점검 과정 우리 전문가 참여’에 대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일본 외무성에서 낸 보도자료에도 전문가 참여와 관련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윤 대통령의 세 가지 요청에 두 가지만 대답해줬다. 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대책위원회는 이에 대해 “참담하고 모욕적”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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