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교사들이 지난 7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 및 공교육 정상화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전국의 교사들이 지난 7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 및 공교육 정상화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이 교권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학교의 민원창구를 일원화하겠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이 교사의 업무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된 만큼 그 뿌리를 뽑겠다는 것이다. 다만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심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학교 민원창구 일원화 체계 도입 계획을 밝혔다. 박 의장은 “국민의힘과 교육부는 최근 몇 차례 비공개 당정협의회를 통해 교권 확립 방안에 대해 논의해 왔다”며 “교육부는 어제 학교 민원창구 일원화 체계를 도입하게 됐다는 입장을 당 측에 밝혀왔다”고 말했다.

정부가 민원 처리 시스템의 일원화를 도입하게 된 것은 교권 침해의 주된 원인이 학부모의 악성 민원 때문이라는 정치권 안팎의 지적과 무관치 않다. 교권 침해 논란이 본격 대두된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의 경우에도 고인이 학부모의 민원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 간 다툼 과정에서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을 연필로 그은 사건 이후 피해 학생의 학부모가 고인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비단 이러한 어려움은 한 사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달 25일부터 26일까지 전국 유·초·중·고 교원 및 전문직 3만 2,95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교원의 스트레스 대상으로 ‘학부모’를 꼽은 비율이 66.1%로 가장 높았다. 스트레스 원인에 대해서도 문제 행동에 대한 생활지도(46.5%)에 이은 두 번째가 민원(32.3%)이었다. 

이 같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당과 정부는 향후 학교에서의 민원은 대응팀에서 대응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교감과 행정실장, 교육공무직 등 5명으로 구성된 민원 대응팀은 교장의 직속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녹음 장치를 갖춘 민원 면담실을 마련하고, 온라인 민원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악성 민원의 경우 교육청이 직접 나서서 고발 등 법적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오는 8월 말 교육부가 발표할 종합대책에 이러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 실효성 우려도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에서도 악성 민원을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에 공감하고 있다. 강민정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원지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교원지위법에는 상습적·강제적 악성 민원을 교육활동 침해로 명시하고 관할청이 이를 고발할 수 있도록 했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학부모가 교원에게 사적으로 연락할 수 없도록 학교장이 소통창구를 설치·운영하도록 했다.

정부·여당은 일단 이번 대책을 통해 교사의 업무 스트레스는 물론 교권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다. 박 의장은 “앞으로 민원창구가 일원화되면 교사는 개인 휴대폰으로 걸려 오는 민원전화를 받지 않을 권리를 갖게 된다”며 “또 교육 활동과 무관한 민원에 대해 답변을 거부할 권리도 부여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학교 내에서 민원창구를 일원화한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그 부담이 일선 학교에 전가되는 형태인 만큼 실효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교원단체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여전히 학교가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며 “결국 학교 안에서 갈등이 가중되면 결국 또 교원들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교육계에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악성 민원을 거를 수 있는 보다 근본적 대책 마련에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관계자는 통화에서 “학교의 현실과 현장의 의견을 좀 더 청취해 교원이나 학교의 부담을 제거해 주는 방향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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