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국민의힘 내부에서 '내년 4월에 치러지는 총선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이른바 ‘수도권 위기론’이 흘러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애초부터 총선 때 수도권에서 열세였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왔다. 수도권 위기론은 이번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 국민의힘, 수도권서 총선 승리 단 ‘2번’

이러한 취지의 발언은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로부터 나왔다. 이 원내수석은 지난 10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일각의 ‘수도권 위기론, 지도부 책임론’ 등에 반박하며 “(수도권 위기론은) 새로운 분석이나 갑자기 튀어나온 얘기가 아니고 오래된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의 경우, 서울‧경기 수도권을 중심으로 역대 선거에서 이겨본 적이 그렇게 많지 않다”며 “(이전의) 8번 정도의 선거 중에서 우리가 (수도권에서) 이긴 것은 단 두 번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다 민주당의 승리로 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수도권에서 민주당에 비해 약세였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시사위크>가 지난 14대 총선부터 21대 총선까지의 결과를 분석해 본 결과, 이 원내수석의 발언은 사실이었다. 8번의 총선에서 국민의힘(전신 당 포함)이 수도권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선거는 단 3번에 불과했다. 그나마 14대 총선에서 민자당이 수도권에서 1당이 됐지만, 범야권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서 패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선 1992년에 치러진 제14대 총선을 살펴보자. 국민의힘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자유당(민자당)은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서 39석을 차지해 수도권 제1당에 됐다. 하지만 ‘3당 합당(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으로 대승을 예상했던 민자당으로서는 수도권 의석 총 82석 중 과반에 미달하는 39석밖에 차지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패배했다. 

따라서 국민의힘이 수도권에서 승리한 총선은 단 2번뿐이었다. 첫 번째 승리는 1996년에 실시된 제15대 총선이었다. 김영삼 정부에서 치러진 15대 총선에서 민자당은 신한국당으로 당명을 변경하고 총선에 임했다. 신한국당은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안정론’과 ‘세대교체론’으로 수도권 의석수 총 96석 중 54석을 차지하면서 승리했다.  

두 번째 승리는 2008년 제18대 총선이다. 이 당시는 국민의힘의 ‘전성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18대 총선에서 역대 총선 중 가장 많은 의석수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약세라고 평가받던 수도권에서 조차 통합민주당보다 55석을 더 획득하면서 대승을 거뒀다. 당시 총선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실시된 이른바 ‘허니문 총선’이었다는 점과 ‘수도권 뉴타운 열풍’이 불면서 한나라당은 수도권에서 81석을 얻었다.

◇ 과반 의석 차지한 총선조차 수도권은 ‘패배’ 

하지만 이 두 번의 선거를 제외하고 총선 때 국민의힘의 수도권 상황은 좋지 못했다. 2000년대 들어와 제18대 총선을 제외한 나머지 총선은 단 한 번도 국민의힘이 수도권에서 승리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수도권 열세는 2012년에 실시된 제19대 총선부터 뚜렷해졌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의 활약으로 19대 총선에서 과반이 넘는 152석을 차지했지만, 수도권에서는 43석밖에 얻지 못하면서 65석을 차지한 민주통합당에게 패했다.    

2016년 치러진 제20대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은 수도권에서 122석 중 35석을 얻는 데 그쳤으며, 제21대 총선에서는 미래통합당이 121석의 수도권 의석 중 단 16석만을 차지하며 103석을 더불어민주당에게 내줬다.

국민의힘의 수도권 열세 이유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수도권의 민심이 정권심판론과 맞물려 있다고 했다. 신율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집권 2~3년차가 되면 정권 심판론적인 성격이 강해진다”며 “19대 총선은 이명박 전 대통령 임기 말기였고 20대 총선도 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 3년 차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거 때 누가 정권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갖고 있는 쪽이 분리하다”고 분석했다. 또 “수도권에는 호남이 고향인 사람이나 그의 가족들이 20% 정도 있다”며 “그것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의 ‘인물 부재’를 원인으로 꼽았다. 박 평론가는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정당의 경쟁력과 인물이 부족하다”며 “그러다 보니 수도권 국민들하고 소통할 수 있는 루트가 아주 취약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수도권 열세를 해결하기 위해 당 내부에서는 인재 영입에 힘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민의힘의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제15대 총선을 언급하며 “그때 김무성 전 대표나 홍준표 대구시장 등 당시에 유망한 사람들을 많이 공천했다”며 “그때 어떻게 우리가 이겼는지를 교훈을 삼아서 잘 연구하면 좋은 결과를 얻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 교수와 박 평론가는 대통령의 지지율을 올리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신 교수는 “정권 심판론적인 성격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게 수도권”이라며 “대통령의 지지율을 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평론가도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 성과를 빨리 만들어 지지율을 올려야 한다”고 했다. 

※ 최종 결론 : 사실

근거자료 및 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한민국선거60년: 이론과 실제
2010.12 한국선거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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