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의 “배를 침몰시키려는 승객은 승선하지 못 한다”는 발언을 두고 친윤계(친윤석열계)와 비윤계(비윤석열계)의 설전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철규 사무총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 뉴시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의 “배를 침몰시키려는 승객은 승선하지 못 한다”는 발언을 두고 친윤계(친윤석열계)와 비윤계(비윤석열계)의 설전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철규 사무총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총선을 앞두고 알려진 여당 사무총장의 발언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의 “배를 침몰시키려는 승객은 승선하지 못 한다”는 발언을 두고 친윤계(친윤석열계)와 비윤계(비윤석열계)의 설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친윤계 핵심이자 내년 총선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의 발언이다 보니, 논란이 지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 ‘수도권 위기론’ 제기에 “배에 구멍을 내는 승객”

이 총장은 지난 16일 의원총회에서 “함께 타고 있는 배에 구멍을 내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함께 승선 못 한다”며 ‘승선불가론’을 언급했다. 함께 타고 있는 배는 당을 의미하고, 구멍을 내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당에 상처를 내고 있는 인사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해당 발언의 배경은 최근 당 일각에서 제기된 ‘수도권 위기론’이라고 한다. 

이 총장은 의총에서 일부 의원이 방송이나 SNS 등에서 ‘수도권 위기론’을 언급하며 당 지도부에 책임을 묻는 게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장은 “함께 항해하는데 멀쩡한 배에서 노를 거꾸로 젓고, 구멍이나 내는 승객은 승선할 수 없다”며 “본인 생각만 가지고 당 전체를 비하하거나 폄훼하는 경솔한 언행은 본인이나 당 조직에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그러나 발언자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데다, 지역구 당무감사와 총선 공천의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이라는 점에서 발언의 여진은 길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8개월 정도 앞두고 당 지도부가 공천권을 무기 삼아 ‘기강 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진박감별 논란’이 내년 총선 공천에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을 빚던 이준석 전 대표의 사례도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 직전 ‘진윤감별’ 같은 이야기가 뜬금없이 거론돼 논란을 빚지 않도록 미리 ‘군기잡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지난 17일 이와 관련된 질문에 “최근 의원들 몇분이 방송이나 이런데 나가서 우리 당을 폄훼하고 조롱, 모욕했다”며 “당을 모욕하는 것을 내버려두고, 잘했다고 박수쳐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18일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총장 입장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이야기”라며 "개별 의원의 언로를 차단하는 취지가 아니었다"고 옹호했다. ‘승선불가론’을 두고 여진이 이어지자 지도부 차원에서 정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 비윤계 “위기를 모르는 게 위기”

그러나 지도부의 ‘교통정리’에도 당 의원들의 비판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수도권 위기론’을 연일 언급했던 것은 4선 중진인 윤상현 의원이다. 윤 의원은 "내년 총선 때 수도권에서 의석을 잃을 수 있다"면서 당 지도부의 책임을 지적했다. 이외에도 안철수 의원, 이준석 전 대표 등도 ‘수도권 위기론’을 거론하며 당 지도부가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비판한 바 있다. 

윤 의원은 18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 총장의 발언에 대해 “(수도권 위기론은) 당에 대한 충정으로 말씀드린 것”이라며 “당을 폄훼하거나 조롱할 의도는 추호도 없고 당이라는 배를 좌초시키려는 의도도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위기라는 것에 대해 본질을 잘 모르고 있는 게 진짜 위기”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당이라는 배가 좌초되거나 어려워지면 누가 가장 먼저 죽는지 아나. 우리 수도권 의원들”이라며 “한번 수도권에 있는 당협위원장, 의원들한테 물어보라. 저하고 심정이 거의 다 똑같을 것이다. 이분들(지도부)이 와서 저희 같은 인천지역에서 하루 종일 돌아다녀 보라. 뭐가 위기인지 금방 알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태경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배를 수리하는 쓴소리와 배를 침몰시키는 막말과 악담을 구분 못하는 정당은 미래가 없다”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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