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희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간사와 국민의힘 의원들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안과 관련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 뉴시스
이만희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간사와 국민의힘 의원들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안과 관련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3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4월 발의된 법안이 여야의 거듭된 공방 속에 4개월여 만에 하나의 문턱을 넘은 셈이다. 난관은 남아있다. 해당 법안이 민주당의 ‘정치적 술수’라고 비판해 온 국민의힘은 이날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여당이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향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넘어갈 법안을 둘러싼 신경전은 지속될 전망이다.

국회 행안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여당은 해당 법안의 ‘위헌적 요소’ 등을 지적하며 강하게 반대했지만, 민주당 등 야당의 처리 의지를 꺾지 못했다. 결국 국민의힘 의원들이 자리를 이탈한 뒤 표결은 야당 의원들만으로 이뤄졌다. 

민주당 소속 김교흥 국회 행안위원장은 이날 통과 후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국민이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해야 하고 눈물을 흘리게 된다면 그것을 닦아 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이제야 특별법을 통과시키기 돼 위원회를 대표해 유가족들에게 정말 죄송하단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지난 4월 야당의 주도로 발의된 이태원 특별법은 여야의 확연한 입장차 속에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결국 지난 6월 30일 야당은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스트랙)으로 지정했다. 이후 공청회 및 안건조정위원회 등을 거쳐 야당은 해당 법안을 손봤다. 유가족 범위를 비롯해 조사위원회 구성 등 그간 쟁점이 됐던 조항들을 수정했다. 

이날 법안이 행안위를 통과하면서 민주당은 오는 12월까지는 해당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만큼 법사위에서 최장 90일, 본회의에서 최장 60일을 논의할 수 있다. 최대 150일 안쪽으로 논의가 진행될 것인 만큼, 대략 12월 즈음에는 법안 통과가 가능할 것이란 계산이다. 

민주당은 해당 법안이 통과됨으로써 이태원 참사에 대한 진상조사와 대책 마련 등이 보다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이 민주당의 ‘정쟁용’이라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이날 행안위 회의에서도 이러한 반발은 이어졌다. 여당 행안위 간사인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이 법에 담겨 있는 정략적 목적을 가진 민주당 또 야당의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선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 “민주당 비장의 와일드카드” 비판한 국민의힘

국민의힘은 조사위원회의 구성부터가 석연치 않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법안을 수정하며 조사위원회 구성에서 추천위원회를 별도로 두는 것이 아닌 여야 각 4명, 유가족 추천 2명, 국회의장 추천 1명으로 구성키로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러한 구성 자체가 결코 ‘중립성’을 유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특조위의 권한이 초법적 지위를 갖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특조위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인류가 2천 년 동안 만들어놨던 영장주의하고 적법절차 원칙에 명백히 위배하는 기구”라며 “제출명령이 안 되면 영장 청구도 마음대로 의뢰할 수 있는 그런 야만적 기구가 다시 출연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가 청문회를 열고 위증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수사기관과 재판을 하는 기구가 일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은 야당이 특별법까지 제정하면서 ‘진상 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저의가 총선 때문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미 특별수사본부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더 이상 밝혀질 진상이 무엇인지도 의문스럽단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행안위 회의에서 “이미 사고 원인이 다 밝혀졌는데 또 새로운 사고를 밝힌다고 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수사하고 검사하는 이런 게 뭔가”라며 “그러니 민주당이 정쟁을 일으킨다는 비난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물론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이러한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맞받아쳤다. 이에 대한 책임을 강조해 왔으면서도 그간 법안 논의 자체에 불성실하게 임해 온 것 자체가 도리어 이를 ‘정쟁’으로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애초에 여당 위원들이 안건조정위에 들어와서 충분히 법안을 논의했어야 한다”며 “그걸 하지 않고 지금 와서 법이 부당하다고 이야기하는 건 이 법을 통과시키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 아니겠나”라고 꼬집었다.

이렇다 보니 당장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물론 본회의 절차를 넘어야 하는 상황에서 여야의 신경전도 더욱 첨예하게 벌어질 조짐이다. 본회의를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의 거부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여진이 이어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국민의힘 행안위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원 특별법은 민주당에게 비장의 와일드카드”라며 “반의회적 입법 폭주에 결코 굴하지 않겠다”고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