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가 내년 1월을 기해 종료될 예정인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이를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 뉴시스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가 내년 1월을 기해 종료될 예정인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이를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많은 논란 속에 지난해 1월 시행에 돌입했던 중대재해처벌법이 또 다시 첨예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당 차원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연장 법안을 발의하자 노동계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앞서도 노정갈등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였던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더욱 뜨거운 갈등이 예상된다.

◇ 국민의힘 추가 유예 법안 발의에 양대노총 ‘거센 반발’

국민의힘은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추가로 유예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2년의 유예기간이 부여된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추가로 2년을 유예해주는 내용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기간 만료가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나타났다.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 중인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은 오는 2024년 1월 27일까지로 현재 약 4개월 남아있다.

지난달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을 간담회에 초청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연장을 요청했던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중소기업계에서는 환영의 반응이 나온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은 입장문을 통해 “너무나 한심스럽고 개탄스러운 현실”이라며 “경영계는 충분히 준비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법 시행을 목전에 두고 시행 유예를 요구해왔고, 한국노총 출신으로 노동자를 위해 평생을 헌신해왔다는 임이자 의원은 여기에 화답하듯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50인 미만 사업장은 영세하다는 이유로 많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규제도 적용제외 된 채 수십 년을 방치해왔다. 그 결과, 50인 미만 사업장의 산업재해는 전체 산업재해의 80%에 달한다. 산업재해를 예방하지 않으니 처벌도 하지 말라는 것은 사실상 노동자의 죽음을 묵도하는 것과 똑같다”면서 “시행되지도 않은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을 추가로 적용 유예해 죽음의 일터를 내버려 둘 것인지는 국회에 달렸다. 법 적용을 2년 유예한다고 과연 무엇이 달라지고 무엇이 준비가 될지 의문이다. ‘준비가 안 됐다, 역량이 안 된다’는 식의 경영계 주장은 2년 뒤에도, 아니 10년 뒤에도 똑같을 것이다. 준비가 안 됐기에 역량이 안 되기 때문에 더욱 시행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노사가 조금이나마 산업재해 예방에 관심을 기울이고, 죽음의 행진을 멈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역시 성명을 통해 “국민의힘의 개악안 발의는 기업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사업장 규모에 따라 차별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고 규정하며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가 80%에 달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법 제도를 마련하고 정부의 역할을 요구해야 할 정부 여당이 노동자 죽음에 대한 처벌을 사업장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하겠다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노정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중대재해처벌법을 둘러싼 노정간 입장 차이도 그 주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해온 가운데, 국민의힘의 이번 법안 발의는 또 하나의 갈등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유예기간 만료가 임박한 만큼 여당이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불 보듯 빤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법안 발의를 둘러싼 갈등은 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움직임과 맞물려 노정갈등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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