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첫 실형 선고 및 법정구속이 이뤄졌다. 사진은 지난 1월 민주노총 광주본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에 나선 모습. / 뉴시스
지난 26일,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첫 실형 선고 및 법정구속이 이뤄졌다. 사진은 지난 1월 민주노총 광주본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에 나선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 본격적인 시행에 돌입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첫 실형 선고 및 법정구속이 나왔다. 이달 초 첫 판결에 이어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법원의 판단 및 처분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움직임에 착수한 가운데, 잇단 판결에 따른 논란 지속 및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두 번째 판결에 나온 첫 실형 및 구속

지난 26일,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1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국제강 A대표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한국제강 법인에 대해서는 벌금 1억원이, 하청업체 대표에 대해서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40시간이 선고됐다.

이러한 판결로 이어진 중대재해가 발생한 것은 지난해 3월이다. 경남 함안군에 위치한 한국제강 공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60대 노동자가 크레인에서 떨어진 1.2톤짜리 방열판에 깔려 사망했다.

이번 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첫 실형선고 및 구속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서 지난 6일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첫 판결이 있었지만, 당시엔 집행유예가 선고된 바 있다.

첫 중대재해처벌법 판결과 달리 실형이 선고된 배경으로는 반복된 안전사고가 꼽힌다. 재판부는 “수년간에 걸쳐 안전조치 의무 위반 사실이 여러 차례 적발되고 산재 사망사고까지 발생한 것은 근로자의 안전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음에도 경영책임자로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재차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만큼 죄책이 상당히 무겁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실제 한국제강과 A대표는 앞서도 수차례 안전조치 의무 위반이 적발된 바 있으며, 특히 2021년 5월에도 사망사고가 발생해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판결에 대한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먼저, 노동계에서는 첫 판결 때에 비해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통해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재해였음에도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준수하지 않아 노동자가 죽었고, 이에 대해 사법부가 엄중한 심판을 내린 것”이라고 평가하며 “이번 선고가 중대재해 예방의 중요성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또한 경영계를 향해 “기업 경영에 있어서 안전보건은 가장 기본이 되는 중요한 가치임을 경영인들이 깨닫기 바란다”며 “단순히 실형을 피하기 위해 대형로펌을 섭외하고 호화 변호인단을 꾸리는 식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역시 논평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첫 번째 실형 선고로서 갖는 의미가 각별하다”며 “중대재해가 반복 발생했음에도 법 위반이 지속돼왔던 한국제강 경영책임자에 대한 실형 선고는 당연한 귀결이다. 무엇보다 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취지를 반영해 하청 노동자 중대재해에 대해 원청 기업의 경영책임자에 대한 실형 선고를 내렸다는 점이 매우 의미 있다.

민주노총은 특히 재판부가 중대재해처벌법 도입에 따른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 준비기간이 부족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점에 대해 “이는 이후 진행될 기소나 재판에서 반드시 반영돼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양대노총의 반응에선 온도차도 나타났다. 민주노총은 첫 실형 선고에 의미를 두면서도 검찰의 구형과 법원의 양형이 낮다며 “산업안전보건법보다 낮은 구형과 양형의 선례가 되지 않을까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노총 측은 “이번 판결처럼 국민 상식에 부합하는 선고가 이어지기를 사법부에 촉구한다”며 양형에 대한 아쉬움은 언급하지 않았다.

경영계에서는 정반대의 반응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번 판결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현장의 안전보건조치 여부를 직접 관리·감독할 수 없는 대표이사에게 단지 경영 책임자라는 신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더 엄격한 형벌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매우 가혹한 처사”라며 “대표이사를 법정구속하는 징역형의 형벌이 내려지고 원청이라는 이유로 더 무거운 책임이 부과됐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경총은 또한 “원청도 하청근로자의 안전 확보를 위해 일정부분 책임이 있겠으나 고용계약 관계 및 지휘·감독 권한이 없는 원청에게 더 엄한 형량을 선고한 것은 형벌체계의 균형성과 정당성을 상실한 조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를 향한 성토 및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방향에 대한 주장도 대치됐다. 우선, 경총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해소될 수 있도록 정부가 개정 추진을 서둘러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반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나란히 요구하며 중대해재처벌법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대책 수립과 관계당국 및 검찰의 신속하고 엄정한 법 집행을 촉구했다.

한편, 지난해 규제 및 처벌 중심에서 사전 예방 및 자율적 노력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는 윤석열 정부는 올해 초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를 발족시키고 본격적인 개선 움직임에 착수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향후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판결이 이어지고 특히 중견기업 및 대기업에 대한 판결도 내려질 것으로 보여 이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의 지속 및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근거자료 및 출처
중대재해처벌법 첫번째 실형 선고에 대한 한국노총 입장
2023. 4. 26. 한국노총
한국제강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사건 판결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
2023. 4. 26.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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