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15일차 단식을 진행중인 가운데 남인순 의원이 이 대표를 만난 후 일어서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15일차 단식을 진행중인 가운데 남인순 의원이 이 대표를 만난 후 일어서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이 보름째 이어지는 가운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처음으로 이 대표에게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크게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 상황이다. 김 대표의 단식 중단 요청이 형식적이라는 것이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단식을 끝내는 방법은 ‘끝까지 가는 것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 국민의힘, 이재명 단식 중단 요청… 반응은 ‘미지근’

김 대표는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그는 “이 대표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고 한다. 어제(13일) 이 대표를 진단한 의료진도 단식을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 바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 대표께서는 건강을 해치는 단식을 중단하시길 정중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이 대표는 건강 악화로 단식 농성장을 국회 본청 앞 천막에서 실내 당 대표 회의실로 옮겼다. 당 대표 비서실장인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건강에 대한 의료진 소견을 밝혔다. 천 의원은 “통상 10일에서 14일을 넘기면 의학적으로 불가역적인 손상이 온다는 것을 감안하면 단식은 한계에 온 것으로 판단한다”며 “저체온증 등으로 인한 신체기능 저하가 있다. 7일째 검사부터 전해질 불균형을 보이고 어제(12일)부터 부정맥 빈도도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이 대표의 건강 악화 소식을 전해 들은 후 단식 중단 요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김 대표의 단식 중단 요청에 크게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 것 같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단식 중단 요청이라는 게 무슨 지나가는 말로 하는 거 아닌가”라며 “정식으로 요청한 것도 아닌 것 같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도 ‘중단 요청’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직접 대화를 통해서 얘기하신 것도 아니다. 불과 몇 발자국 안 되는 거리인데, 그렇게 혼잣말하듯이 하실 게 아니라 진심으로 해주셨으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반응을 살펴볼 때 민주당은 김 대표가 이 대표를 직접 만나야 한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아직까지 이 대표 농성장을 방문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김 대표가 이 대표를 만날 계획이 있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직 계획이 없다”며 “하지만 (김 대표가) 이 대표 건강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농성장을 방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의 건강이 악화된 상황에서 여당 대표가 만류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에서 중도층의 민심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 단식 ‘출구전략’은 끝까지 가는 것?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김 대표가 단순히 이 대표를 만나 ‘단식 중단’ 요청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다. 원내지도부 의원은 “김 대표가 단순히 단식 중단 요청을 한다고 해서 단식 중단의 계기가 될 수 없을 것”이라며 “야당이 목숨을 걸고 ‘당 대표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거기에 대한 의미 있는 답변이 같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단식을 시작하면서 윤석열 정부에 △민생 파괴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사죄 △일본 핵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반대 입장 천명 △전면적 국정 쇄신과 개각 단행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단식 중단 해법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민주당에서는 정부가 농성장을 방문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시사위크>와 만나 “정부에서 이 대표를 찾는 것이 베스트”라며 “정부 인사가 찾으면 우리 의견이 관철되는 것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쉽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지난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농성장 방문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답이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해법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 대표를 직접 만나 단식 중단 요청을 하는 방안이다. 문 전 대통령이 오는 19일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 참석차 서울로 오는 만큼 이를 기회로 이 대표를 직접 만나 단식 중단 요청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이 또한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문 전 대통령이 농성장을 방문하면 정치적으로 보일 수 있고 이 대표의 ‘홀로서기’도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장성호 전 건국대 행정대학원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입장에서 이 대표는 차기 대권 주자 중 한 명이다. 홀로서기를 해야 할 것”이라며 “문 전 대통령 그늘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정치적인 위상을 독자적으로 꾸려나가야 한다. 그런데 문 전 대통령의 단식 중단 요청으로 단식을 중단하면 그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로서는 이 대표가 끝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대표가 ‘단식 지속’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14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14일 2주 단식이라는 것은 극단적인 상황이고 기력이 쇠약해진다”며 “그런데 실내로 옮겼다는 것은 ‘진짜 목숨을 걸겠다’ 이런 각오를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