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 16일째인 15일 오후 국회 민주당 대표실 앞에서 한 지지자가 혈서 작성을 위해 커터칼을 들자 국회 경비대들이 저지하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 16일째인 15일 오후 국회 민주당 대표실 앞에서 한 지지자가 혈서 작성을 위해 커터칼을 들자 국회 경비대들이 저지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기자  여야의 극한 대치가 이어진 가운데 급기야 국회 내에서 흉기까지 등장하는 소동이 발생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층으로 보이는 남성이 커터칼을 소지하고 국회 본청에 들어와 자해를 시도한 것이다. 전날에는 국회 내에서 한 여성이 흉기로 국회경비대 소속 여경을 공격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러한 소동 원인으로 ‘극단적 정치의 양극화’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커터칼에 쪽가위까지… 난장판 된 국회 

신원미상의 7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15일 오전 국회 본청에 위치한 민주당 당 대표실 앞에서 자해를 시도하다 국회 방호과 직원들에게 제압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이 브리핑을 하는 상황이었다. 

그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단식 중단을 촉구했던 것으로 보인다. 남성은 ‘국짐 매국노 윤정권’이 쓰여있는 종이에 혈서를 쓰려다가 국회 방호과 직원과 민주당 관계자에 의해 제압당했다.

이 남성은 ‘나라가 망하고 있다’, ‘사람이 죽어가는데’, ‘이재명이 죽으면 좋을 세상인가’라고 말하며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흉기를 빼앗긴 후 국회 밖으로 퇴거 조치를 당했다. 남성의 손가락이 조금 다친 것 외에는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김성환 민주당 의원과 면담을 하기 위해 국회를 찾았다가 이러한 일을 벌였다. 하지만 김 의원실은 사전 약속 없이 찾아왔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사전 약속된 분은 아니었다. 의원을 만나겠다고 오셨다고 국회 안내실에서 연락을 받았다”며 “의원실 직원이 확인하고 있는 와중에 출입을 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에도 국회에서 흉기 소동이 있었다. 50대 여성으로 추정되는 한 여성은 국회 본청 앞 이 대표의 단식 농성장에서 소란을 피우다 자신을 제압하려던 여경의 손과 팔등을 쪽가위로 찔렀다. 이 여성은 경찰에 연행됐으며 부상당한 여경은 병원으로 이동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자 국회는 △국회 경내 모든 집회 불허 △단식천막 철거 요청 △국회 청사 내 경호 강화 △출입 절차에 대한 검문 강화 등을 시행할 예정이다.

◇ 김 의장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

김진표 국회의장은 15일 오전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며 “국회의장으로서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이어 “향후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경내안전 및 질서를 더욱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성을 통감하며 즉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며 “피해 경찰관들의 쾌유를 바란다”고 했다.

여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상당히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며 “계속 불미스러운 불상사가 발생하고 있는데 21대 마지막 정기국회인데 이 대표가 건강을 생각하고 국회 상황도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흉기 소동’의 당사자들이 이 대표의 지지자인 것으로 알려지자 이러한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즉각 민주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은 ‘개딸’ 같은 극단 세력을 이용해 왔던 민주당의 동원 정치”라며 “민주당은 눈앞의 당파적 이익을 위해 극단적 지지층을 극단적 방식으로 자극해 왔고 이에 개딸은 극단적 방식으로 증오의 정치를 표출한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지지자들의 걱정 때문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지자들이 걱정이 많아진 것 같다. 감정선이 올라온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에 대한 자중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과도한 행동으로 국민을 걱정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진정한 민주당 당원이고 지지자라면 자제를 요청드린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는 어느 한 쪽의 문제가 아닌 정치의 양극화가 불러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최근 여야의 ‘강 대 강 대치’ 속 지지자들까지 극한 대치를 하고 팬덤 정치가 만연하면서 극한의 상황까지 왔다는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흉기 난동을 벌인 사람들이 팬덤에 속해 있는지 안 속해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러한 것들이 극단적 정치 양극화의 산물”이라며 “이러한 극단적‧정치적 양극화는 ‘미국의 의사당 공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상당히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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