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부산 가덕신공항 건설 예정지 현장방문 도중 흉기 피습 당했다. /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부산 가덕신공항 건설 예정지 현장방문 도중 흉기 피습 당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괴한으로부터 피습을 당한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이후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도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일정을 최소화 한다는 입장이다.

◇ 이재명, 괴한에 피습 뒤 서울대병원서 수술

이 대표는 2일 오전 10시 29분경 부산 강서구에 위치한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방문 후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60대 남성으로부터 피습을 당했다.

이 남성은 이 대표의 지지자로 위장해 접근했다. 그는 ‘내가 이재명이다’라고 적힌 파란색 왕관을 쓰고 이 대표에게 다가가 사인을 요구한 후 오른손에 있던 흉기로 이 대표의 왼쪽 목을 공격했다.

이 대표가 쓰러지자 주변에 있던 당직자들이 남성을 제압했고, 경찰은 남성을 곧장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남성은 인터넷을 통해 흉기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경찰청은 이날 오후 3시 30분 청사 브리핑룸에서 “피의자는 57년생 남성 김모씨로 충남에 거주하고 있다”며 “피의자가 사용한 흉기는 총길이 18cm, 날 길이 13cm의 칼로 지난해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부산 경찰은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총 68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설치해 단 한 점의 의혹도 없이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이 남성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이 대표는 부산대병원에 후송돼 응급치료를 받은 후 이날 오후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 후 수술을 받았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환자(이 대표) 상태는 경정맥 중상이 의심된다”며 “의료진에 따르면 자칫 대량출혈이나 추가 출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서울대병원 후송 후 신속하게 수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정치권, ‘규탄’ 한 목소리… 일정 최소화

이 대표의 피습 소식이 알려지자 정치권에서는 일제히 규탄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도 경과를 지켜보고 일정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규정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이 대표에 대한 테러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오는 3일 국회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소속 의원들에게 공지를 보내 “의원님들께서는 동요하지 마시고 대표님의 쾌유를 비는 발언 이외에 사건에 대한 정치적 해석이나, 범인에 대한 언급은 자제해 주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요청했다. 이어 “대표님의 상태와 당 운영과 관련한 사항들은 지도부와 신속하게 파악 및 협의해 내일(3일) 의총에서 의원님들께 보고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 대표의 피습 소식을 듣고 이 대표에 대한 안전에 깊이 우려를 표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대통령실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은 경찰 등 관계 당국이 신속하게 진상을 파악하고 이 대표의 빠른 병원 이송과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라고 지시했다”며 “아울러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어떠한 경우라도 이러한 폭력 행위를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입장문을 내고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국회의장으로서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 이 대표의 쾌유를 바라고 수사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전에서 신년인사회를 진행하기 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사회에서 절대로 있어선 안 되는 일이 생긴 것”이라며 “이 대표의 빠른 회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수사당국은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해서 전말을 밝히고 책임 있는 사람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향후 일정을 간소화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구체적인 방향은 안 정해졌다”면서도 “피습 사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한 상태여서 최대한 일정을 간소화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날 오후 6시에 예정됐던 ‘2024 대구·경북 신년교례회’ 참석 일정을 불가피하게 취소한다고 밝혔고, 정희용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오늘 예정돼 있는 ‘여야 2+2 협의체’는 예기치 않은 유감스러운 상황이 발생해 연기됨을 알린다”고 공지했다.

한편 이번 사태가 극단적인 진영대결로 인해 발생한 비극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신년 첫날부터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흉기에 찔려 부상을 당하는 증오의 정치시대를 열었다”며 “총선을 앞두고 진영대결이 막 시작되는 시점에서 발생한 이런 사태는 나라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신호탄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마치 2006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당시) 대표가 피습 당한 사례를 연상 시킨다”며 “증오의 정치, 독점의 정치, 극단적인 진영대결의 정치가 낳은 비극”이라고 적었다.

홍 시장은 “우리정치의 후진성을 극복하고 선진대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남북통합‧동서통합‧좌우통합의 정치를 추구해야 한다”며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고 죽고 죽이는 검투사 정치는 이제 그만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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