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 뉴시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는 자신을 둘러싼 재산 신고 누락 의혹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러한 행동에 대해 대부분 ‘몰랐다’는 해명으로 일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숨길 것이 많고 감출 것이 많은 사람은 고위공직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의 석연찮은 답변에 야당의 의구심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국회는 19일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열고 대법원장 후보로서의 적격성을 따져 물었다. 이날 청문회의 최대 쟁점은 이 후보자의 ‘재산 신고 누락’ 여부였다. 핵심은 이 후보자가 지난 2000년부터 보유한 처가 가족기업의 비상장 주식 보유 내역을 미신고 한 부분이다. 이 후보자는 지난달 29일 입장문을 내고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당초 재산등록 신고 대상이 아니었으나 이후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이 변경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이날도 이러한 해명에 되풀이했다. 김회재 민주당 의원은 이날 질의에서 “저도 검사를 해봤지만 이런 부분을 누락할 수 있었나”라며 “비상장주식을 통해서 소득이 계속 창출되고 있는데 이것을 누락하면 제대로 된 재산등록이 되겠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신고를 할 때 법원행정처 재산 신고망에 들어가서 전부 신고를 하고 그 안에 들어가면 비상장 주식은 전부 신고해야 된다는 게 고지가 되어 있지 않나”고도 했다. 아울러 이 후보자가 과거 판사 시절 우석재 전 안성시장에 대해 ‘재산 신고 누락’으로 당선 무효형을 선고한 사실도 상기시켰다. 

신고 과정에서 해당 내용을 사전 고지해 주고 있는 만큼 도덕적‧윤리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법원에 확인해 보니 재산 신고 때마다 대상자들에게 개정 사실을 누차 알려줬다고 그런다”며 “그걸 몰랐다면 그건 가계에 무심한 게 아니고 법관 윤리에 무심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전혜숙 민주당 의원은 “10억 원 상당의 비상장주식을 보유한 것을 신고한 것은 재산 은닉 아닌가”라고도 했다.

이 후보자의 재산 신고 관련 논란은 주식 보유뿐만 아니라 해외에 거주 중인 자녀들에게 송금을 한 사실을 두고도 불이 붙었다. 서동용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이 후보자의 배우자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해외에 거주 중인 이 후보자 장녀에게 약 6,800만원을 송금했다. 서 의원은 “예금이 소유자별로 1,000만원 이상이면 재산 신고 해야 된다”며 “그런데 후보자는 배우자가 매년 1,000만원 이상 돈을 장녀에게 송금했는데 이 부분은 재산 신고에서 뺐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이러한 정황이 ‘편법 증여’가 아니냐는 의구심도 드러냈다. 이 후보자는 ‘생활비’로 보낸 것이라고 했지만, 2018년부터 자녀의 국내 예금이 계속 증가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서 의원은 “소득이 없는 가족에게 실제로 생활비를 지급했다고 하더라도 예금, 적금, 주식, 부동산 등 재산 구입 자금으로 사용했다면 증여세가 과세할 수 있다”고 했다. 자녀들이 최근까지 이 후보자의 직장피부양자로 돼 있는 것 역시 건강보험법 위반이라고 했다.

◇ ‘몰랐다’ 일관한 이균용 후보자

이러한 논란에 대해 이 후보자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각각의 사안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장 주식 보유와 관련해선 “처가 쪽 재산 분배 문제였기 때문에 거의 인식을 하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재산 은닉’을 지적한 전혜숙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는 “은닉할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해당 주식으로 ‘배당금’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종합소득신고 대상자가 되면서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금액과 관련해서도 “가액이 10억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고 답했다. 

2009년 이후 한 번도 자녀의 해외 계좌를 신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인식을 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자는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대해 “아직까지 학생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거기에 재산이 있다고 스스로 별로 인식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녀의 건강보험 자격과 관련해선 “해외에 직장을 가지고 있을 때 건강보험자격이 안 되는 줄은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연신 ‘송구하다’, ‘몰랐다’는 답으로 일관하는 이 후보자에 대해 야당은 거세게 비판했다. 다른 직책도 아닌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법률에 위반되는 행위에 대해 무책임한 답변으로 일관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지적하면서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몰랐습니다, 송구스럽다가 다 인가”라며 “재판정에 선 사람이 ‘몰랐다’고 얘기하면 있던 죄도 없게 판결해 주셨나”라고 했다. 정춘숙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누구보다 법을 지켜야 할 대법원장 후보자가 불법까지 저질러 놓고 법을 몰랐다고 한다”고 쏘아붙였다.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이날부터 오는 20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기류가 흐르면서 임명동의안 경과 보고서 채택에도 상당한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실관계 확인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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