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훈 시대전환 대표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합당과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뉴시스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합당과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이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을 비롯한 외부 인사 영입에 본격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영입에 대해 총선을 앞둔 여당이 ‘중도 확장’에 시동을 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이를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조 의원의 정치적 색채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다 공천 지역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이 피어날 가능성도 엿보인다. 

조 의원은 전날(19일)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으로부터의 ‘합당 제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며 “국민의힘에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큰 연대체를 만든다고 하셔서 들어가서 메기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조 의원은 민주당의 ‘검수완박법’, ‘김건희 특검법’ 등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며 주목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의 입당 가능성이 새어 나오기도 했다. 그는 오는 21일 국민의힘에 합류할 예정이다.

조 의원의 영입은 내년 총선을 앞둔 여당의 외연 확장 성격이 짙다. 범야권 출신 인사지만 민주당과 각을 세워온 만큼 민주당의 ‘실정’을 부각할 수 있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20일 민주당 출신 조광한 전 남양주 시장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 출신인 김현준 전 국세청장, 고기철 전 제주경찰청장 등 외부 인사를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 ‘뉴스앤이슈’에서 “민주당에 반대하는 세력들과 국민의힘 중심으로 빅텐트를 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의원의 입당을 두고 당 내부 기류는 마냥 좋지만은 않아 보인다. 여당 내에서 이를 둘러싼 잡음이 새어 나오면서다. 우선 조 의원의 ‘출신’을 두고 뒷말이 나온다. 지난 총선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출신으로 국회에 입성한 데다가 그 과정에서 당적을 여러 차례 옮겼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그동안 조 의원이 보여온 모습이 젊은 정치인으로서 처음부터 우리가 가장 비판했던 대체 정당으로 시작했고 그것을 또 탈당했다”며 “정치적 신념이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비판을 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에서 영입을 하는 데 인재 영입 1호로 내세우기엔 조금 (그렇다)”며 “막 내세우는 거는 좋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역시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맥락이 굉장히 부자연스럽다”고 지적했다.

◇ 지역구 신경전에 비윤계 포용 목소리도

이는 곧 야권의 비판 명분이 됐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시대전환이라기보다는 자세를 전환하신 것 같다”며 “처음 위성정당으로 들어올 때도 일단 시대전환이라는 당을 탈당해서 자세 전환, 그리고 민주당에서 다시 나갔을 때 또 자세 전환”이라고 꼬집었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보수 빅텐트를 이야기하면서 민주당 위성정당 출신 의원을 이삭 줍듯 주워간 국민의힘의 행보는 ‘정치에서 원칙이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무원칙의 촌극”이라고 지적했다.

비단 정치적 이력만이 아니라 조 의원의 입당이 ‘공천’을 둘러싼 신경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 의원은 ‘마포갑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인데 이미 국민의힘 내에선 해당 지역에 이용호‧최승재 의원이 몸풀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조 의원이 전날 기자들과 만나 “마포갑보다 상징적이고 중요하고 의미 있는 지역구가 있다면 언제든 도전할 의사가 있다”고 했지만, 이를 견제하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이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대단히 환영한다”면서도 “자객 공천할 데, 그런데 가서 활약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이번 인재 영입과 관련해 ‘비윤계’에 대한 ‘포용’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모쪼록 당 지도부가 민주당 출신도 받아 안는 그 광활한 너그러움을 당내 이견을 가진 분들에게도 보여주길 기대할 뿐”이라고 했다. 허 의원은 이날 최 의원의 마포 사무실 개소식에 참여한 사실을 전하며 “최 의원이 앞으로도 좌도 우도 아닌 더 아래로, 민생 현장으로 거침없이 나아가길 응원한다”고 했다. 조 의원이 마포에 걸었던 현수막 문구인 ‘좌도 우도 아닌 앞으로’를 인용했다.

당내 잡음이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내 분란이 일어날 만한 인재영입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조 의원이 입문을 민주당을 통해서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난 4년간 민주당과 관계를 맺으면서 민주당이 보여준 여러 행태들에 대해 극히 실망해 본인의 정치적 방향을 국민의힘과 함께 가고자 한 것”이라고 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조 의원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조 의원조차 품지 못하는 민주당의 집단주의 패권주의를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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