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두 번째 유엔총회 기조연설의 키워드는 ‘러시아·북한에 대한 경고’와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책임·기여’다. 특히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을 정조준하고,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키고 무기를 지원받는 것은 ‘자기모순적’이라고 하는 등 1년 전보다 과감한 메시지를 냈다. 

◇ ‘북한·러시아에 대한 경고’와 ‘글로벌 기여’

윤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제78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가 열리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 본회의장에서 15분간 기조연설을 통해 “북러 군사거래는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도발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과 동맹, 우방국들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윤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은 대한민국 평화에 직접적이고도 실존적인 위협일 뿐 아니라, 인태지역과 전세계 평화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직격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 비해 북한에 단호한 메시지를 냈다. 지난해에는 북한 핵·위협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당시 정부 출범 1년차인데다 북한에 ‘담대한 구상’을 제시한 상황이기에, 북한의 호응을 촉구하기 위해 북한을 직접적으로 비판하지 않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올해는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지속하고, 북러 간 무기거래 등 군사협력이 진행되면서 단호한 입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러시아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점을 거론하며 현재의 행보가 잘못됐음을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 평화의 최종적 수호자여야 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다른 주권 국가를 무력 침공해 전쟁을 일으키고, 전쟁 수행에 필요한 무기와 군수품을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정권으로부터 지원 받는 현실은 자기모순적”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안보리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폭넓은 지지를 받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 안보리는 상임이사국 5명(미국·영국·중국·러시아·프랑스)과 2년 임기의 비상임이사국 10곳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윤 대통령의 발언은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비상임이사국 확대 등 안보리 개혁을 주장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안보리 결의안 채택이 무산되는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또 윤 대통령은 외교 기조의 변화도 드러냈다. 지난해는 ‘자유’와 ‘연대’를 강조했다면, 올해는 ‘국제사회의 자유, 평화 번영을 위한 우리 정부의 기여’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연설에서 자유를 위협하는 요소가 어떤 것이 있는지를 자세히 설명했지만, 올해는 도움을 받던 국가였던 한국이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책임과 기여를 다 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아울러 이같은 관점에서 글로벌 격차 해소를 위한 해법도 냈다. 

윤 대통령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간의 격차는 개발, 기후, 디지털 세 분야에서 일어난다고 진단했다. 이에 개발 격차 완화를 위해서는 우리의 ODA(공적개발원조) 확대를, 기후 격차 해소 해법으로는 그린ODA와 녹색기후기금(GCF) 공여 확대 및 무탄소에너지(CFE) 확산을 제시했다. 디지털 격차는 ‘디지털 규범’ 제정과 AI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해소하겠다고 선언했다. 국제사회와 연대하면서 우리 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설명한 셈이다. 

또 한국의 ‘기여’ 비전은 2030 부산 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에서도 드러난다. 윤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부산이 우리 역사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부산이 엑스포 개최지로 어떤 강점을 갖고 있는지 설명했다. 개최지 결정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만큼 ‘막판 홍보’를 한 것인데, 부산엑스포로 세계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설명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부산 세계박람회는 세계시민이 위기를 함께 극복하며 자유를 확장해 나가는 연대의 플랫폼이자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축제의 공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역시 부산엑스포의 키워드인 ‘경쟁에서 연대로의 전환’이라는 뜻 그대로, 부산엑스포를 통해 한국이 국제사회에 책임있는 기여와 연대로 보답하겠다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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