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취재진의 질문세례를 받고 있다. / 뉴시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취재진의 질문세례를 받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에 대한 의구심이 정치권 곳곳에서 새어 나온다. 수직적 당정관계를 개선해 당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혁신위의 당면 과제라는 평가와는 달리 불안 요소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당무 개입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당 안팎에서 피어나는 ‘불신’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시작부터 혼란스러운 혁신위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거침없이 (당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 위원장에 따르면 혁신위원 구성은 오는 26일 발표할 예정이다. 출범 첫 일정으로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겠다고도 밝혔다. ‘통합’과 ‘변화’를 공언한 만큼 눈에 띄는 혁신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그는 “기회가 되면 당 대표를 넘어 대통령과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관계에서의 ‘주도적 역할’을 공언한 셈이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수직적 당정관계’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당에서 ‘무공천’을 검토했던 상황에서 돌연 보궐선거의 ‘귀책 사유’가 있는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공천한 게 이른바 ‘윤심(尹心)’에 의한 것이란 평가가 나오면서다.

이같은 상황이 민심 이반의 원인으로 지목되자 당 지도부도 변화를 도모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정대 관계에서 당이 민심을 전달해 반영하는 주도적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렇다 보니 혁신위에 대한 기대도 ‘당정관계 개선’에 쏠리고 있다. 수직적 당정관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혁신위가 어떤 혁신안을 내놓아도 큰 의미가 없어진다는 이유다.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지금까지 국정운영뿐만 아니라 당정관계에 대해 국민들께서 어떤 마음을 갖고 계신다는 것을 볼 수 있었던 기회”라며 “거기에도 변화가 있어야 되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문제는 이러한 기대와는 다른 징후들이 포착되면서 혁신위를 둘러싼 당 안팎의 시선은 마냥 곱지만은 않은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인 위원장의 인선이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추천’이었다는 소문이 나온 점이다. 여기에 인 위원장이 김 위원장과 매일 통화한다는 언론 보도까지 더해지면서 의구심은 더해졌다. 즉각 김 위원장의 측근인 임재훈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매일 통화하는 관계는 전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러한 요인 때문에 혁신위의 순항을 저해하는 모습이다. 김 대표 체제의 혁신위가 얼마만큼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과 겹치면서다.

혁신위원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진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대통령실과) 건전한 긴장 관계가 필요한 건데 김 대표 체제가 시작부터 대통령실의 과도한 영향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고 저는 거기에 공감한다”고 했다. 이번 혁신위도 사실상 “김 대표 시간벌기용 허수아비 혁신위”라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민주당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인 위원장에게 전권을 준다는데 김 대표도 없는 전권을 어떻게 주는가”라며 “바지사장에 핫바지 혁신위원장이 무슨 권한으로 무슨 성과를 내겠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인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이 꽂으려고 한다는 소문이 무성한 검사들 공천을 막아낼 수 있겠는가”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당무 개입은 없다고 적극 선을 그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인 위원장을 예방한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은 행정을 하는 곳이고 국가의 정책을 만드는 곳”이라며 “당의 운영하고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저희가 공천에 개입할, 당의 운영에 개입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과의 친분설에 대해 “매일 통화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4~5번 통화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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