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대표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뉴시스
정기선 HD현대 대표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HD현대그룹이 ‘정기선 시대’에 한발 더 다가섰다. 오너일가 3세 정기선 HD현대 대표가 임원으로 발돋움한지 9년 만에 그룹 내 유일한 부회장 자리에 오른 것이다. 모처럼 찾아온 호황기 속에 여러 중대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정기선 부회장이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회장으로의 승진은 어느 시점에 이뤄지게 될지 주목된다.

◇ 그룹 내 유일한 부회장… 산적한 현안 앞 무거워진 어깨

HD현대그룹은 지난 10일 그룹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이날 인사에서 단연 이목을 집중시킨 인물은 정기선 HD현대 대표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으로 오너일가 3세인 그는 이번 인사를 통해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재입사한지 10년, 임원으로 승진한지 9년 만의 부회장 등극이다. 정기선 부회장은 2008년 현대중공업에 대리로 입사했다가 미국 유학 등을 다녀왔으며, 2013년 수석부장으로 재입사해 2014년 상무로 승진했다. 이어 2015년 전무, 2017년 부사장, 2021년 사장을 거쳐 부회장에 오르게 됐다.

특히 정기선 부회장은 그룹 내 유일한 부회장 직함을 달며 권오갑 회장에 이은 2인자로서 그와 함께 ‘투톱 체제’를 이룰 전망이다. 가삼현 HD한국조선해양 부회장과 한영석 HD현대중공업 부회장은 내년에 자문역으로 물러난다.

이로써 HD현대그룹은 오너 3세 시대에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35년째 이어온 전문경영인 체제가 오너 체제로 돌아가는 것도 그만큼 가까워진 모습이다. HD현대그룹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정치권에 뛰어들면서 1998년부터 줄곧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돼왔다.

이번 승진으로 어깨가 한층 더 무거워진 정기선 부회장은 중대 현안 또한 산적해있다. 우선, 당장 업황과 전망은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다. 2010년대 중반 전후로 큰 어려움에 빠졌던 국내 조선업계는 최근 호황기를 맞은 상태이며, 내년에는 실적 성장세가 더욱 뚜렷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업계 내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옛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 품에 안기면서 정기선 부회장은 ‘재계 절친’으로 널리 알려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새로운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게 됐다.

이런 가운데, HD현대그룹은 치명적인 악재를 마주하고 있기도 하다. HD현대중공업이 과거 저지른 기밀유출로 인해 방위사업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실제 HD현대중공업은 올해 ‘울산급 배치3(Batch-3)’ 사업 5·6번 호위함 수주전에서 한화오션에 밀려 고배를 마셨으며, 이후 감점 적용에 반발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으나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내년부턴 무려 8조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이 본격화할 예정인 만큼,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모처럼 찾아온 호황기에 더 큰 성과를 내기 위해 요구되는 인력 확보 및 유지, 그리고 노사화합도 중대 과제로 꼽힌다. HD현대그룹은 올해 조선업계에서 ‘인력 빼가기’ 논란으로 경쟁사들의 반발을 샀다. 최근엔 정치권이 중재에 나서면서 갈등이 봉합됐으나, 업계 상황에 따라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남아있다. 노사관계 역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내 임단협 타결에 성공했지만 긴장을 놓기 어렵다.

또한 산업 전반의 거대한 변화 흐름 속에 친환경·전동화 등의 기조에 발맞춰 미래경쟁력 및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도 정기선 부회장의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다. 지분 승계를 마무리 짓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정기선 부회장은 현재 지주사인 HD현대 지분을 5.26% 보유하고 있어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제 정기선 부회장에게 남은 건 회장, 그리고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마지막 계단이다. 한층 더 존재감을 키운 정기선 부회장이 산적한 현안을 풀어나가며 ‘대관식’을 앞당길 수 있을지 향후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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