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노사가 올해도 임금협상을 두고 난항을 면치 못하고 있다. / 뉴시스
HD현대중공업 노사가 올해도 임금협상을 두고 난항을 면치 못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HD현대중공업의 노사 임금협상이 올해도 어김없이 진통에 빠졌다. 한 차례 도출된 잠정합의안이 퇴짜를 맞은 가운데, 노조의 파업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호황기를 맞아 분주히 노를 저어야 할 시기에 노사갈등으로 발목을 잡히고 있는 모습이다. 새롭게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한화오션과도 대비된다.

◇ 한화오션과 대비되는 노사갈등

HD현대중공업 노조(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4일 오후 2시간 동안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엔 3시간 부분파업과 함께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지난 1일에도 부분파업을 실행에 옮긴 바 있다. 또한 투쟁수위는 점차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5일에도 부분파업이 예정돼있고, 교섭에 진전이 없을 경우 6일부터는 전면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이처럼 투쟁을 본격화하고 있는 이유는 임금협상 난항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5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교섭에 돌입해 20차례 이상 마주앉았으나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해왔다. 지난달 22일 도출된 잠정합의안은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퇴짜를 맞기까지 했다.

향후 HD현대중공업 노조의 투쟁수위는 점차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오는 5일에도 부분파업이 예정돼있다. 교섭에 진전이 없을 경우 오는 6일부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게 노조 측 경고다. 그런데 앞서 잠정합의안 부결 당시 반대가 68.78%에 달한 만큼, 재교섭을 통한 성과 도출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HD현대중공업 노조를 비롯한 HD현대그룹 계열사 노조들은 사측의 불성실한 교섭 태도를 지적하며 공동교섭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일렉트릭,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이 HD현대중공업의 교섭 상황만 관망하며 이렇다 할 제시안을 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HD현대중공업은 올해도 어김없이 임금협상 난항이란 고질병을 마주하고 있다. 2013년까지만 해도 19년 연속 무분규 임금협상 타결을 이어온 HD현대중공업은 2014년부터 갈등과 진통을 면치 못해왔다. 임금협상 과정에서 파업이 끊이지 않았고, 해를 넘기는 일도 다반사였다. 지난해에는 모처럼 분규 없이 극적인 연내 타결에 성공했으나, 사상 초유의 조선 3사 공동파업 위기가 마지막까지 계속됐다.

무엇보다 HD현대중공업은 현재 초호황기를 맞은 상태다. 업계 전반에 수주가 활기를 띄면서 3년 치 일감을 쌓아뒀다. 이는 생산차질에 따른 피해가 더욱 클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한창 노를 저어도 모자랄 시기에 노사갈등에 발목을 잡히고 있는 셈이다.

HD현대중공업의 이 같은 상황은 ‘신흥 라이벌’ 구도를 형성 중인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올해 들어 한화그룹 품에 안겨 새롭게 출발한 한화오션은 HD현대그룹의 새로운 경쟁자로 급부상했다. 양사의 경쟁구도는 특히 재계의 절친으로 널리 알려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그룹 사장의 관계로 인해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엔 해군 호위함 수주전에서 맞붙어 한화오션이 승리하고, HD현대중공업은 법적 대응에 나서기까지 했다.

이런 가운데, 한화오션은 이미 지난달 중순 임금협상에 마침표를 찍었다. 별다른 갈등 없이 지난 7월 합의안을 도출한데 이어 지난달 중순 조인식을 가졌다. 한화오션 출범 당시 노사상생협약식을 갖고 상호 신뢰와 이해를 다짐했던 노사가 여러 경영상황을 고려해 서로 양보하면서 원만한 합의에 이른 모습이다.

일각에선 한화오션의 임금 인상 규모 등이 HD현대중공업의 임금협상을 더욱 난항에 빠뜨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금협상을 둘러싼 HD현대중공업의 노사갈등은 다가오는 추석이 또 하나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추석 전까지 타결에 실패할 경우 갈등과 투쟁의 수위가 더욱 고조돼 생산차질 등 그 피해가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 노사가 중요한 시기에 상생의 맞손을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