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개인성과 다양성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내걸었던 현수막이 오히려 ‘청년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당은 비판이 계속되자 20일 "당의 불찰이었다"며 공식 사과했다. 사진은 이원욱 민주당 의원이 지난 1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원칙과 상식 민심소통: 청년에게 듣는다’ 간담회에서 2023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 현수막 관련 공문을 들어보이고 있는 모습. /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개인성과 다양성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내걸었던 현수막이 오히려 ‘청년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당은 비판이 계속되자 20일 "당의 불찰이었다"며 공식 사과했다. 사진은 이원욱 민주당 의원이 지난 1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원칙과 상식 민심소통: 청년에게 듣는다’ 간담회에서 2023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 현수막 관련 공문을 들어보이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개인성과 다양성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내걸었던 현수막이 오히려 ‘청년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현수막 문구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민주당 의원들,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비판이 이어지자 지도부는“당의 불찰이었다”고 사과했다.  

민주당은 지난 17일부터 ‘2023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 콘셉트의 일환으로 4가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수막에는 △11.23 나에게 온당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혼자 살고 싶댔지 혼자 있고 싶댔나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문구가 알려지자 곧장 청년 비하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당장 국민의힘은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수막을 통해 청년 세대를 바라보는 민주당의 시각이 명징하게 드러났기에 크나큰 우려를 표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라는 문구에 대해 “민주당이 청년층을 공동체에 관심 없는 이기적인 세대로 바라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고,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문구는 “청년 세대를 욕심만 많은 무지한 존재로 보는 오만한 꼰대의 관점이 담겨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 비명계(비이재명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총선기획단의 사과와 책임자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상민 의원은 이날 오전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왜 그렇게 이해가 안 되는 걸 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경솔했다”며 “젊은이들을 정치도 모르고 경제도 모르고 그냥 돈만 바라는 사람들처럼 치부해 버렸다”고 꼬집었다.

‘혁신계’를 자청하는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도 지난 18일 논평을 통해 총선기획단의 대국민‧대당원 사과와 해당 홍보 프로젝트 의사결정 책임자의 사퇴를 요구했다.

◇ ‘친명계’, ‘지지자’ 잇단 비판

이러한 비판의 목소리는 친명계(친이재명계) 사이에서도 터져 나왔다. 김두관 의원은 같은 날(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제, 돈 봉투, 코인을 비롯해 수습할 일도 넘치는데 또 사고가 터졌다. 점수를 따야 할 시기에 점수를 까먹는 소리만 들린다”며 “듣기 싫은 소리에는 귀를 닫고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몇몇 사람들끼리 모여서 선거전략이라고 내놓으니 제대로 될 리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현수막 내용을 언급하며 “기가 막힌다. 이럴 수가 있는가”라며 “청년을 돈에 눈먼 유권자로 만들고 우리 정치를 돈에 눈먼 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욕망 정치 수준으로 만드는 문구가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이재명 대표를 향해 총선기획단장인 조정식 사무총장의 문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러한 비판이 이어지자 민주당은 해명에 나섰다. 지난 19일 강선우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오해가 있었던 문구는 삭제 조치가 됐다고 했다. 당의 홍보위원장을 맡은 한준호 의원도 “당 행사를 위해 업체가 내놓은 문구를 당에서 조치해 준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당이 ‘업체 탓’을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의 확인 없이 업체가 자체적으로 문구를 만드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하헌기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도 당내에서 크고 작은 캠페인을 해봤다. 홍보 담당자도 해봤다”며 “외주 업체에 발주 넣고 컨펌(확인) 사인 주는 역할도 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업체가 컨펌 없이 발주할 수 있는 건 단 하나도 없다”며 “당연히 토씨 하나까지 당의 인사가 컨펌한다”고 지적했다.

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현수막 문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인 ‘블루웨이브’에서는 “답답하다”, “현수막 당장 내리고 관계자 징계하라”, “제정신인가” 등의 성토가 쏟아졌다.

그러자 당 지도부는 “명백한 잘못이자 불찰”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조 사무총장은 2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과 당원이 보시기에 불편했다면 이는 명백한 잘못”이라며 “잘못을 업체에 떠넘길 게 아니라 당 불찰이며 사무총장으로서 국민과 당원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또한 민주당은 청년 관련 캠페인 행사인 ‘갤럭시 프로젝트’도 원점 재검토할 방침이다. 조 사무총장은 “오는 23일 열기로 했던 ‘갤럭시 프로젝트’ 행사도 연기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