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오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국회의장 사퇴촉구 및 의회폭거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오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국회의장 사퇴촉구 및 의회폭거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국회가 다시 탄핵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는 모양새다. 2024년도 예산안 처리 법적 기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검사 2명의 탄핵을 놓고 대치 상황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30일부터 내달 1일까지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이 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번 본회의가 예산안 처리도 없이 탄핵 처리만을 위한 것"이라며 김진표 국회의장과 민주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 국민의힘, 민주당‧국회의장 ‘강력 규탄’

국민의힘은 30일 오전부터 탄핵과 본회의 강행 등에 항의하며 의원총회를 열었고,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총에서 민주당이 의사일정 합의 없이 국회의장과 짬짜미가 돼 본회의를 열고 탄핵을 시도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는 “민주당은 자의적인 법 해석을 하고 있고 실수를 반복해 가면서 탄핵이라는 엄중하고 무거운 의회의 권한을 가벼운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역사적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과 내일 본회의 일정을 정기국회 시작하기 전에 합의한 것은 12월 2일이 법정 예산 처리 기한이기 때문에 예산 합의를 예상하고 본회의를 개최하자고 합의한 것”이라며 “그런데 그것을 합의된 의사일정이라고 주장하면서 악의적으로 탄핵에 활용하겠다는 민주당이나, 거기에 동조하는 국회의장이 과연 국민은 안중에 있는 것인지 정말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권이 교체된 이후 민주당은 탄핵을 수시로 입에 올린다”며 “각종 사법 리스크로 촉발된 자당의 위기를 타개하고자 탄핵을 거론하더니 이제는 민주당이 습관적으로 시도 때도 없이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본회의 전 국회의장실 앞에서 김 의장을 규탄하는 연좌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 80여명은 피켓을 들고 ‘중립의무 망각하는 국회의장 각성하라’, ‘편파적인 국회운영 국회의장 사퇴하라’, ‘민생외면 탄핵남발 국민들은 분노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농성 중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는 “김 의장 너무하다”, “김 의장 국회의원 더할 것도 아닌데 왜 이러나”와 같은 볼멘소리도 나왔다. 

중진 의원들은 의장실을 항의 방문했다. 30분가량 진행된 방문으로 이날 오후 2시 예정이었던 본회의는 30분 늦은 오후 2시 30분쯤 개의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장실을 나가는 김 의장을 향해 “국회의장 사퇴하라”고 외쳤고, 길을 막으라는 의원도 있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탄핵 건을 회부해 논의하자고 요구했으나 다수 의석인 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밤부터 규탄 철야농성을 계획하고 있다.

◇ 민주당 “탄핵 반드시 관철”

반면 민주당은 본회의 개의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9월 정기국회가 시작할 당시 여야 간의 합의된 문서가 있고, 예산안 처리를 위해 잡힌 본회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이번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전 열린 의총에서 “오늘과 내일 이틀에 걸쳐 본회의가 예정대로 열린다. 이번 양일간의 본회의는 이미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서 양당 교섭단체 대표들 간에 합의해서 서명까지 됐다”며 “양당 교섭단체를 대표해서 수석부대표 두 분께서 서명한 합의문서가 존재한다. 어디에도 11월 30일, 12월 1일이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일정이라고 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홍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국회선진화법을 준수하라고 경고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지금 합법적인 절차로 이뤄지는 본회의 일정을 방해하기 위해 여러 가지 계획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국회선진화법을 준수해 주길 바란다”며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국회선진화법을 어겨서 많은 분들이 재판을 받으셨고, 어려움을 겪으셨던 국민의힘 의원들이 계시다”고 언급했다.

홍 원내대표는 예산안 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을 국민의힘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홍 원내대표는 “예결위 자체가 파행된 이유와 심사기일의 기한을 맞추기 어렵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양당 간 예산을 둘러싼 이견도 있다”면서도 “실제로는 이 위원장의 탄핵 절차를 막기 위해서 예산안 자체의 합의를 지연시킨 국민의힘과 정부 측의 책임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산안의 법정 기일을 넘겨서까지 이 위원장을 지키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탄핵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입장도 재차 밝혔다.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총선 전에 언론장악을 완성하려는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의 야욕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며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을 저지하기 위해 이 위원장의 탄핵을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위원장과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이날 본회의에 보고됐다. 탄핵소추안은 국회법에 따라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한다. 민주당은 내달 1일 탄핵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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