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일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양곡관리법, 간호법에 이은 세 번째 거부권 행사에 야당은 즉각 ‘독선’이라며 반발했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양곡관리법, 간호법에 이은 세 번째 거부권 행사에 야당은 즉각 ‘독선’이라며 반발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에 이은 세 번째 거부권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독선’이라고 반발했다. 이를 둘러싼 여야의 신경전이 격화 되면서 예산안 처리 과정 등에도 빨간 불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1회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에 대한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정부는 개정안이 우리 국민과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다시 숙고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국회는 지난달 9일 본회의를 열고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 등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이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민주당 단독으로 이뤄졌다. 법안이 통과된 직후 즉각 정부·여당은 반발했다. 각종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법안 처리를 위해 독단적으로 의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권은 노란봉투법의 경우 노동조합의 파업을 조장해 기업의 경영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송 3법의 경우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변경을 통해 오히려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저해한다고 봤다. 한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런 문제점들을 모두 감안할 때 이번 개정안들이 과연 근로자를 위한 것인지,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명분을 앞세웠지만, 여권 내에서는 민주당이 해당 법안을 ‘총선용’으로 활용하고자 한다는 시선이 다분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지난 정부 내내 미뤘던 건 경제에 미칠 심각한 악영향을 알았기 때문”이라며 “이제 와서 통과시킨 것은 총선을 앞두고 노조와 손을 잡기 위해서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방송 3법에 대해서도 “선거 때 보도와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도움을 받겠다는 총선용 거래법안”이라고 쏘아붙였다. 

◇ “대통령 독선 선포” 맹폭한 민주당

여권 내에서도 거부권 행사에 부담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반복되는 거부권 행사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결국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법안은 다시 국회로 돌아가게 됐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재의결하기 위해선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298명 의원이 전원이 참석할 경우 199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을 비롯해 야권의 숫자만으론 부족하다. 

또 한 번의 거부권 행사에 민주당은 즉각 공세 수위를 높였다. 대통령의 ‘불통’ 프레임을 지적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국민적 합의가 높고 실제 법안을 개정해야 할 필요성이 매우 높은데 정략적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여당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라고 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회의에서 “오만과 독선의 길을 윤석열 정부가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질타했다. 이학영 의원은 “(노란봉투법은) 노동자만을 위한 게 아니다. 기업을 위하고 고속 성장을 추구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든 법”이라며 “대통령께서 거부권을 행사하시다니 도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인가”라고 지적했다. 

당 차원의 여론전도 시작됐다.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민주당은 오후에는 국회 로텐더홀에서 ‘거부권 남발 규탄 및 민생법안 처리 촉구대회’를 열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홍 원내대표는 “대통령께 여러 차례 대결과 독선으로 갈지 대화와 협치로 갈지를 말씀드렸다”며 “대통령은 분명히 오늘부로 국회와 민주당에게 독선을 선포한 것”이라고 했다. 최혜영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회에 부여된 권한을 모두 동원해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고 방송의 공정성을 지켜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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