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를 제치고 지난해 국내 수입차시장 판매실적 1위 자리를 탈환했다. / 뉴시스
BMW가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를 제치고 지난해 국내 수입차시장 판매실적 1위 자리를 탈환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수입차시장의 판도가 8년 만에 흔들렸다. 7년 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메르세데스-벤츠를 제치고 BMW가 1위 탈환에 성공한 것이다. 두 브랜드의 판매실적 차이가 근소하고, 전반적으로는 하락세가 나타나기도 한 가운데 올해는 누가 치열한 경쟁의 승자가 될지 주목된다.

◇ 15년 걸친 경쟁구도… 다시 뒤집혔다

‘벤츠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브랜드별 신규등록 집계에 따르면, BMW는 7만7,395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7만6,697대에 그친 벤츠를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

이로써 BMW와 벤츠가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어느덧 15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치열한 경쟁은 또 한 번 중대 변곡점을 맞게 됐다.

BMW와 벤츠가 국내 수입차시장의 ‘양대산맥’으로 군림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다. 이전에도 두 브랜드는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고 일찌감치 한국 시장에 진출한 바 있는 BMW의 경우 2003년과 2004년, 2007년에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다만, 당시엔 렉서스와 혼다 등 일본 브랜드들도 함께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BMW는 2009년 1위에 오른 이후 2015년까지 무려 7년간 그 자리를 지켰다. 또한 이 기간 업계 최초의 연간 판매실적 2만대, 3만대, 4만대 돌파를 이어나갔다. 반면, 벤츠는 줄곧 ‘만년 2위’의 설움을 겪었고, 2013년엔 3위로 순위가 떨어지기도 했다. 2009년과 2010년, 2015년엔 600~900대 안팎의 근소한 차이로 1위를 놓치며 아쉬움을 삼켰다.

BMW와 벤츠는 2009년부터 15년간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1·2위를 다퉈오고 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BMW와 벤츠는 2009년부터 15년간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1·2위를 다퉈오고 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이 같은 ‘BMW 시대’가 막을 내린 건 2016년을 기해서다. 벤츠는 2016년 업계 최초로 연간 판매실적 5만대를 돌파하며 주춤한 성장세를 보인 BMW를 앞지르고 사상 첫 1위 자리에 올랐다. 이후 지난해까지 BMW와 마찬가지로 7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며 ‘벤츠 시대’를 만들었다. 입장이 180도 바뀐 BMW는 7년 연속 2위에 그쳤을 뿐 아니라 잇단 화재사고 및 결함 파문에 휩싸여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까지 했다. 이로 인해 두 브랜드의 연간 판매실적 격차가 3만4,000대가량 벌어지기도 했다.

쓰디쓴 추락을 경험한 BMW는 재정비 이후 맹추격을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벤츠는 물론 업계 전반이 주춤한 가운데서도 뚜렷한 판매실적 증가세를 보이며 벤츠를 위협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11월까지 누적 판매실적에서 벤츠를 앞서며 1위 탈환에 가까이 다가섰으나 마지막 12월에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올해는 달랐다. ‘극적인 역전’은 없었다. 1월부터 벤츠를 크게 앞서나간 BMW는 줄곧 누적 판매실적 1위를 내주지 않았다. 특히 벤츠가 8월부터 12월까지 월간 판매실적 1위를 차지하며 맹추격했지만 BMW의 판매실적도 만만치 않았다.

공교롭게도 ‘8년 연속 1위’ 달성엔 나란히 실패한 두 브랜드는 올해 한층 더 뜨거운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판매실적 차이가 698대에 불과했을 뿐 아니라, 하반기엔 벤츠가 줄곧 앞서나갔던 만큼 어느 브랜드도 1위를 장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BMW와 벤츠는 지난해 판매실적이 나란히 전년 대비 감소했다. 두 브랜드의 판매실적이 동시에 후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한국수입자동차협회 가입 브랜드의 총 판매실적 또한 전년 대비 4.4% 감소세를 보였다. 이는 두 브랜드는 물론 수입차시장 전반의 성장 여력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의미할 수 있다.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 속에 이어질 BMW와 벤츠의 경쟁에서 올해는 누가 웃고 울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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