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지난 18일 전주 덕진구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인사하는 동안 경호원들에게 끌려 나가고 있다. / 뉴시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지난 18일 전주 덕진구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인사하는 동안 경호원들에게 끌려 나가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대통령 경호원에 의해 강제 퇴장당한 것을 두고 야권이 일제히 반발했다. 대통령실이 강 의원의 행동을 ‘위해 행위’로 규정하고 적절한 경호였다고 반박했지만, 야권은 ‘과잉 경호’라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야권은 대통령실의 공식 사과는 물론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까지 꺼내 들며 여권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19일 더불어민주당은 강 의원의 강제 퇴장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왕정국가로 회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금도를 내팽개친 건 윤 대통령”이라고 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대한민국이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라며 “윤석열 왕국인가. 김건희 왕국인가”라고 힐난했다.

사건은 전날(18일) 전북 전주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발생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참석 내빈들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전북 전주을이 지역구인 강 의원은 윤 대통령과 인사 후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다른 내빈들에게로 향했을 때도 강 의원은 계속 목청을 높였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 경호원들은 강 의원을 강제로 끌고 나왔고, 입을 막기도 했다.

진보당은 즉각 반발했다. 손솔 진보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입법부에 대한 중대한 모독행위이자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한 행태”라고 쏘아붙였다. 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매우 참담하다”며 “현역 의원의 입을 틀어막고 짐짝처럼 끌어내는데 힘없는 국민들은 어떻게 대하겠나”라고 비판했다. 자리에 함께한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민주주의를 질식시키고 있다”고 맹폭했다.

사건 발생 직후 ‘과잉 대응’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즉각 반박했다. 강 의원의 행동이 경호상의 ‘위해 행위’ 판단할 만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을 만나 “(강 의원은) 대통령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고 잡은 손을 자기 쪽으로 당기기까지 했다”며 “대통령이 지나간 뒤에도 계속 고성을 지르면서 행사를 방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권 내 국회의원이 이런 일을 벌인 것은 금도를 넘어선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 야권, 대통령 사과·운영위 소집 요구

대통령실의 즉각 대응에도 불구하고 야권에선 이번 사태를 ‘과잉 대응’이라고 보고 있다.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는 대통령실의 반박과는 달리 강제 퇴장당할 당시 강 의원은 이미 대통령과 떨어져 있었단 것이다. 강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통령의) 손을 잡은 것은 잠깐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미 손을 놓았다”며 “TV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건데 대통령실에서 자꾸 이런 거짓말을 하는 이유가 뭘까 그것이 더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야권은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 올리는 모습이다. 특히 강 의원의 강제 퇴장 과정에서 경호원들이 입을 막은 것 자체가 ‘정치적 의사 표현’을 틀어막는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굳히고 나섰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셀프 불통 대통령도 부족해서 이제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 참된 독재자의 길로 가고 있다. 참담하다”고 했다.

진보당은 이번 사안이 가볍게 넘어갈 것이 아니라고 보고 윤 대통령의 직접 사과와 경호처장을 파면을 촉구했다. 국회 차원의 대응 필요성도 제기됐다. 국회 운영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비서실과 경호처 책임자가 직접 설명하지 않으면 어떤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나”라며 국민의힘에 국회 운영위 개회를 요청했다. 그러면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경우 민주당은 단독으로라도 개회 요구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이번 사안이 강 의원의 ‘의도적 도발’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논란을 차단하고 나섰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의도적으로 한 행동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었던 이용호 의원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굉장히 의도된 행동이었고 매우 무례하고 비상식적인 행동”이라 꼬집었다. 조정훈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경호처에서 끌고 나오는 과정이 보기 좋지는 않았다”면서도 “왜 그렇게 무례하게 행동했나. 무례함은 대한민국 좌파의 상징이 되어 버렸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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