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공천 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당내 후보들 간의 신경전도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사진은 이재명 대표가 지난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공천 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당내 후보들 간의 신경전도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사진은 이재명 대표가 지난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 공천의 1차 관문인 예비후보 검증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공천 작업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이번 주부터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후보자 적합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내 후보들 간의 신경전도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 친명계 현역, 비명계 의원 지역구 잇단 출마 선언

우선 당내 계파 간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 쟁탈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친명계(친이재명계) 현역 의원들이 잇따라 비명계(비이재명계) 의원 지역구에 출마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친명계인 양이원영 의원은 23일 비명계인 양기대 의원의 지역구(경기 광명시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양 의원을 비판하기도 했다. 양 의원이 광명 시민들의 역량과 의지를 방치해 왔다는 것이다.

그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의 시대적 소명과 야당 정치인으로서의 역할을 외면한 채 지역에서 사적 권력만을 축적해 왔다”며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남용해 지방 선거에서 제왕적이고 반민주적인 공천 학살을 자행하며 시민의 대리자가 아닌 사적 관계자만을 챙긴 전형적인 토호 정치인으로 광명의 정치 수준을 땅바닥까지 떨어뜨렸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민주당답지 않은 정치인’이라는 조롱이 여기저기에서 들린다”며 “언제까지 당원들을 경선용 도구로만 취급할 것인가”라고 쏘아붙였다.

다만 양이 의원은 친명계 인사들이 비명계 의원들의 지역구에 출마하는, 이른바 ‘자객 출마’ 논란에는 양 의원이 비명계인지 몰랐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기자회견 후 취재진과 만나 “양 의원이 비명인 것을 몰랐다”며 “광명이란 정치적 연고를 찾아가서 경쟁 도전장을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22일)에도 친명계 의원이 비명계 의원 지역구에 출마 선언을 하는 일이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갑에 출마를 준비하던 이수진 의원(비례대표)이 이 지역구의 출마를 포기하고 비명계인 윤영찬 의원 지역구(경기 성남시 중원구)에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이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랑스러운 성남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며 “성남은 이재명 대표의 심장이자, 차기 대선 승리의 발판이다. 성남을 지키는 것은 민주당을 지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윤 의원을 겨냥하며 “성남 중원구의 민주당 후보는 민주당의 정신을 오롯이 가지고 있는 후보여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 성남 중원구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오겠다는 후보는 민주당의 기본 정체성조차 없는 사람이다. 민주당에 배신과 분열의 상처를 주면서 민주당의 이름으로 출마하겠다는 상황을 더는 두고 볼 수는 없다”고 직격했다.

이에 윤 의원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성남 중원 출마의 변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다”며 “저는 1994년 김대중 총재님의 전담 기자로 시작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권 재창출을 곁에서 지켜봤고, 청와대의 초대 국민소통수석으로 일하며 문재인 정부와 함께해 온 자랑스런 민주당원”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 의원께서는 민주당의 역사와 정신을 얼마나 아시고, 얼마나 함께하셨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무엇보다 성남 중원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후보가 선거 80여일도 남지 않은 지금, 갑자기 지역을 바꿔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아무런 명분도 없는 ‘선사후사’일 뿐이다. 좀 더 솔직해지길 바란다”고 응수했다.

◇ 친명계 모임,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 ‘불출마’ 촉구

당내 신경전이 격화되는 모습은 이뿐만이 아니다. 친명계 원외 인사들이 문재인 정부 인사들에 대한 불출마를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특정 세력이 특정 세력을 배격하는 형태로는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맞대응했다.

친명계 원외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지난 20일 김민기 의원(3선)의 불출마를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불출마를 촉구했다. 이들은 논평을 통해 “22대 총선은 김 의원의 규정대로 검사 독재 정권을 국민이 제압하고, 무능한 정권을 국민이 심판하는 선거”라며 “이 구도를 해칠 수 있는 전 정부 인사들의 출마는 총선의 구도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지난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장관급 이상을 역임했던 중진급 인사들의 재출마를 당내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이유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윤용조 전 당 대표실 부국장은 문재인 정부 출신인 임종석‧노영민 전 비서실장과 이인영 의원(문재인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의 이름을 언급하며 불출마를 요구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정부의 청와대 비서실장이셨던 임종석‧노영민 두 분이 출마하시면 국민이 검사 독재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가 아니라 전 정부와 현 정부의 대결처럼 보실 수 있다”며 “이번 총선 목표가 개인의 권력 유지가 아니라 당의 총선 승리라고 생각하신다면 물러서시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또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1기 의장으로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세력의 맏형이시고 이번에 출마하시면 서울 구로구에 7번째 출마가 되는 이인영 의원님도 마찬가지”라며 “2000년 출마 이후 24년 동안 구로구의 주민들은 이인영이 곧 민주당이었다. 이제는 새 인물로 다른 비전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했다.

이에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임 전 실장은 “특정 세대가 특정 세대를 또는 특정 세력이 특정 세력을 배격하는 형태로는 오히려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 2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특정 세대가 특정 세대를 배제하는 것도 뺄셈정치로 가기 때문에 총선에서 윤석열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첫 번째 대의와는 어긋나는 것”이라며 “일괄적으로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절대로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서 대립시키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그분들이 생각하셔야 될 것은 지금 본인들의 그런 집단행동이나 주장이 민주당에, 특히 이 대표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생각해 보면서 다음 발언이나 행동을 하시면 좋겠다는 조언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총선을 앞두고 이러한 계파 갈등 양상이 심화하자 당 지도부에서는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 당의 모든 예비 후보자분들에게도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 예비 후보자분들은 자신의 장점과 좋은 정책으로 당원과 지지자 그리고 국민들로부터 선택받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앞으로 불필요한 인신공격이나 비방보다는 공정하고 보다 발전적인 경쟁이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