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사퇴론’에 직면했다. 대통령실과 당내 주류 진영에서 한 위원장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을 표하고 나서면서다. 한 위원장은 이러한 사퇴론이 실재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사퇴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주어진 임기 동안은 자신의 역할을 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사실상 여권 내 파워게임이 시작된 것이란 관측이 나온 가운데, 당내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22일 자신을 둘러싼 사퇴론을 일축했다. 그는 이날 국회 출근길에서 기자들을 만나 “여러 시각이 있겠지만 당은 당의 일을 하는 것이고 정은 정의 일을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라며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실제로 누군가로부터의 사퇴요구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제가 사퇴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언급하면서다. 앞서 ‘채널A’ 단독 보도에 따르면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21일) 한 위원장을 만나 비대위원장직을 사퇴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서 한 위원장에 대한 사퇴를 요구한 것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대응이 직접적 원인이 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한 위원장이 최근 ‘국민의 눈높이’를 기준으로 이를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게 화근이 됐다는 것이다. 특히 한 위원장이 마포을 출마를 공개 지지했던 김경율 비대위원이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서 김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교한 것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원인이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 총선 앞두고 충돌… 여권 내부 ‘뒤숭숭’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번 사안을 당정 간 ‘약속 대련’이라고 해석했다. 고착화 된 지지율의 변화를 위해 합의된 액션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그렇게 보기엔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가 다분하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당초 예정됐던 민생토론회 일정을 30분 전에 돌연 취소한 것도 이러한 평가를 뒷받침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불참 원인이 ‘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한 위원장과의 갈등 국면에 따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새어 나온다.

당은 혼란 그 자체다.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의견을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친윤계 의원들이 전날(21일) 단체 대화방에 김 여사 리스크 사과를 반대하는 취지의 보수 유튜버 영상을 공유하면서 한 위원장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지만,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새어 나오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몇몇 의원이) 마치 그것이 당 전체의 의사인 것으로 여론을 형성해 가는 방식은 바람직하지도 못하고 건강한 방법도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총선을 79일 앞두고 벌어진 여권 내부의 힘겨루기에 여권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적절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총선 승리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대통령의 당무개입 논란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의 지점이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은 “정치 중립 위반”이라며 법적 조치를 예고하기도 했다. 

당내에선 조속한 봉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총선 79일을 앞둔 충돌은 백해무익하다”며 “지금은 작은 차이 대신 국민들을 안심시켜 드리고 나라를 살리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 모두) 한발씩 물러나야 한다”고 평가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총선을 앞두고 당을 이끄는 대표하고 대통령실하고 이렇게 정면충돌한 건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한 위원장이 물러나고 또 다른 비대위를 만드는 순간 국민의힘은 용산에 부속품 정도로밖에 취급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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