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갈등 국면이 화해 무드로 접어들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으로선 이번 사태가 정치적 부담으로 남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뉴시스
당정 갈등 국면이 화해 무드로 접어들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으로선 이번 사태가 정치적 부담으로 남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여권 내 이례적 갈등 국면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다. 그간 윤 대통령과 주파수를 맞춰 오던 당내 ‘친윤계’의 움직임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오히려 이번 갈등이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상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판정승’으로 마무리되면서 윤 대통령의 당 장악력도 약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 엇갈린 대통령-당 지지율

26일 한국갤럽이 지난 23일부터 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의 경우, 2주 연속 하락해 31%를 기록했다. 분위기는 다른 여론조사서도 비슷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31%로 직전 조사 대비 1%p 하락했다.

눈에 띄는 것은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과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NBS 조사의 경우 국민의힘 지지율은 직전 조사 대비 3%p 상승한 33%로 나타났다. 한국갤럽 조사에선 직전과 동일하게 36%를 유지했다. 여기에 한 위원장에 대한 평가도 ‘잘하고 있다’는 의견이 더 높았다. NBS에선 47% (부정 40%), 갤럽조사에선 52%(부정 40%)로 집계된 것이다. (기사에 인용된 두 여론조사 모두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치권에서는 당정의 지지율이 따로 움직이는 이른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 내 무게추가 사실상 윤 대통령보다는 한 위원장 쪽으로 옮겨갔다는 해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일각에선 한 위원장이 지닌 ‘신선함’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위원장 중심의 총선을 치르게 됐다는 의견은 부인할 수 없는 셈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도 공유되는 모습이다. 과거와 달리 이른바 ‘윤심’에 반응하는 친윤계 의원들의 행동이 사라진 게 대표적이다. 과거 나경원 전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종용하며 ‘연판장’을 돌리거나, 김기현 전 대표의 사퇴를 압박한 중진 의원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번 갈등 사태가 벌어졌을 당시 ‘친윤 메신저’로 평가되는 이용 국민의힘 의원이 ‘한 위원장 지지 철회’ 내용을 담은 기사를 공유했지만 당내 의원들로부터 별 호응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그것이 전체 의사인 것으로 여론을 형성해 가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의원들이 대통령한테 붙어야 하는지 한 위원장에게 붙어야 하는지를 고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가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이 오히려 더 부각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총선을 앞두고 김 여사 리스크를 털고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실의 고심도 깊어지는 형국이다. 앞서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실의 후속 조치를 기대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만회하기 위해선 역설적으로 한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의 요구를 들어주는 동시에 선거 전면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에게) 제일 중요한 과제는 한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대통령의 힘이 없어서가 아니고 지금은 당 중심의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했다. 이어 “김 여사 문제에 대해 사과를 하고 한 위원장에게는 힘을 실어주면서 (당이) 이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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