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윤재옥 원내대표와 오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윤재옥 원내대표와 오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 전날(29일) 오찬에 대해 정치권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이 자리에서 오롯이 ‘민생 현안’만 논의했다고 했는데 이를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이어지면서다. 이 자리를 통해 오히려 수직적 당정관계를 재확인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국민들이 볼 때는 한 편의 코미디일 것 같다”며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오찬을 비꼬았다. 윤 의원은 “장관 하시던 분을 대통령이 시켜서 비대위원장에 임명했는데 고작 한 달도 안 돼서 비서실장 시켜서 사퇴시키려다 실패했다”며 “그러다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사이좋게 두 분이서 밥을 먹는 게 납득이 잘 안 간다”고 말했다.

특히 윤 의원은 전날 오찬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과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등의 사퇴와 관련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는 당정의 설명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윤 의원은 “국민 누구도 그 말을 믿을 수 있겠나”라며 “2시간 40분을 만났는데 민생 문제만 이야기했다고 생각지 않는다”라고 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전날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오찬을 가졌다. 약 두 시간가량 오찬장에서 오찬을 한 뒤 집무실로 자리를 옮겨 37분간 차담을 나눴다는 것이다. 당정은 이날 오찬이 오찬은 주택, 철도 지하화 등 여러 ‘민생 현안’만을 논의하는 자리라고 밝혔다. 김 여사 의혹, 김 비대위원 거취 문제, 이태원 특별법 등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한 논의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야당은 이러한 당정의 설명을 믿을 수 없다는 눈치다. 2시간 47분이라는 시간이 역대 여당 대표와의 만남 가운데 가장 길었다는 점도 의심을 부추긴 지점이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이를 “밀실정치”라고 지적하며 “대체 2시간 40분 가까운 시간 동안 무슨 이야기를 나눴기에 꽁꽁 숨기려고 하나.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용산으로 불러 군기라도 잡았나”라고 비판했다. 

오히려 이러한 만남이 수직적 당정관계의 단면을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결국은 김건희의 성역만 확인했던 자리”라며 “김 여사 문제는 한 위원장이 하나도 받아낸 게 없다”고 했다.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본질적으로 달라질 게 없다고 본다”며 “지금 진행되는 것을 보면 여당 내에서 이루어지는 거는 대통령이 허락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내에서는 이번 만남을 계기로 당정 간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당과 정이 동반자적 관계에서 결국 같은 목표로 가야 하고 중요이슈에 대해 서로 간 형태로 대응하겠다는 의견의 합치를 보여주는 모습이 아니겠나”라고 했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에서 “당과 정이 현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는 것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국민들에게 어떤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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