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이 ‘운동권 청산론’을 4·10 총선 전면에 내세우는 모양새다. 취임 후 첫 일성으로 ‘운동권 청산’을 외쳤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역시 운동권 청산이 ‘시대정신’이라는 점을 재차 띄우고 나섰다.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이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민생을 책임져야 할 집권 여당으로서 ‘이념 공세’에 매몰돼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같은 전략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운동권 청산론’ 앞세운 여당… “퇴행적” 비판도

한 위원장은 29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운동권 청산론’을 재차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부동산 실패와 국가채무를 무한정 늘리면서 경제를 망친 주범들이 이제 와서 운동권 심판론을 피하기 위해 경제민생론을 이야기한다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동감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취임 일성부터 줄곧 민주당 내 운동권 출신들을 정조준해 왔다. '당을 숙주 삼아 수십 년간 386이 486, 586 되도록 썼던 영수증을 또 내밀며 대대손손 국민들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든다'는 이유를 들었다. 한 위원장은 이러한 ‘운동권 청산론’이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이를 이번 총선 전략으로 내세우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총선 출마자들이 운동권 출신 민주당 인사들과 ‘맞대결’을 펼치는 것과 무관하지 않는 셈이다. 

대표적으로 윤희숙 전 의원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출마하는 서울 중구·성동갑에 출마를 선언했다.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은 김민석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영등포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서울 구로갑에서는 호준석 국민의힘 비대위 대변인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초대 의장 출신인 이인영 민주당 의원과 대결을 벼르고 있고,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경기 수원병에서 김영진 민주당 의원과 맞붙겠다는 의지다.

단순히 ‘도전장’을 내민 것에서만 그치지 않고 이들은 ‘운동권 청산’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던졌다. 이를 출마의 명분으로 삼고 나선 것이다. 이날 윤건영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서울 구로을 출마를 선언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586 운동권 정치인이 아니라 주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희숙 전 의원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민주화 운동 경력이란 완장을 차고 특권의식과 반시장, 반기업 교리로 경제와 부동산 시장을 난도질하는 게 껍데기”라고 직격했다.

국민의힘이 운동권 청산론을 전면에 띄우고 나선 데는 4·10 총선이 ‘정권 심판론’ 구도로 치러질 점을 상쇄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송영길 전 대표 돈봉투 사건과 맞물려 민주당 내부서도 ‘586 용퇴론’이 불거지는 등 이 문제가 민주당의 ‘약한 고리’라는 인식과 맞물리며 극대화 됐다. 당장 예비 경선을 치르는 후보들의 경우, 이를 통해 보수의 선명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도 분위기를 자극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보수 지지층 결집과 민주당에 대한 반감을 가진 중도층 끌어안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이같은 전략이 총선 국면에서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운동권 청산론이 매번 선거 국면에서 되풀이돼 왔다는 점은 효과를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집권 여당이 민생 성과가 아닌 일종의 ‘정치적 공세’에 치중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주된 비판의 지점이 되고 있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운동권 척결을 선거 전략으로 내세운 지는 꽤 오래됐고, 지난 총선 때도 비슷했다”라며 “구도 자체가 새롭지 않은 상황에서 이거 자체가 파괴력을 가진 선거 이슈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임종석 전 실장은 이날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지나치게 퇴행적”이라며 “과거 퇴행적이고 군부 쿠데타 세력이 계속했던 이야기”라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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