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혁명의 상징이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투사의 길을 걸었고, 군사정권에선 민주화운동의 선봉에 섰다. 국난 앞에서 주저하지 않았던 헌신이 오늘을 만들었다. 이제 나라 잃은 설움도, 국가 권력의 횡포도 없다. 국민 승리의 시대다. 하지만 청년들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설 곳이 없다. 현실의 높은 장벽에 부딪혔다. 이들은 말한다. “청년이 위기다.” 이들이 묻는다. “청년을 구할 방법은 없는가.” 이들의 답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역할이 아닐까. [편집자주]

 

북콘서트가 유행이다. 정치권에서 베스트셀러는 국민적 지지로 해석이 됐다. 그 중심에 청년이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하긴 해야 하는데…” 국회 여당 의원실의 모 보좌관이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털어놓은 고민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계획하고 있는 일 가운데 하나다. 바로 ‘북콘서트’다. 인지도 확보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지역구 관리 차원에서 유용했다. 문제는 흥행성이다. 여기엔 출판업계의 냉정한 평가가 뒤따랐다. ‘깜’이 안 되는 의원이 책을 내면 “편집자만 죽어나고 돈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달랐다. 북콘서트를 열기까지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북콘서트는 유력 정치인들의 무대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선거를 앞둘수록 더했다. 이들에겐 출정식과 다름없었다. 지지층 결집을 통한 동력 확보였다. 실제 6·4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대다수의 정치인들이 북콘서트를 열었다. 사상 첫 3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도 빠지지 않았다. 도리어 기존과 다른 새로운 방식을 선보였다. 정치인을 초청하지 않았고, 홍보도 안했다. 조촐했다. 오로지 ‘청년’에 집중했다. 그가 낸 책 <몰라서 물어본다>도 청년 9명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실었다.

◇ 안철수·문재인 호출한 … 그 많던 청년은 어디로 갔을까

북콘서트의 출발점은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의 청춘콘서트다. 청춘콘서트로 청년들의 멘토로 부상한 그는 정계 입문을 다짐했다. <뉴시스>

이에 대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꼰대가 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평가했다. 이면의 평가는 좀 더 현실적이다. 같은 당에서 오래 몸담은 모 보좌관은 “1인 미디어가 활발해진 상황에서 청년들의 표심을 잡게 되면 유리한 국면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정식 후보가 되면 선거운동 과정에서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일환으로 대학을 찾았다. 지금은 달라졌다. ‘꿈’을 갖게 되는 순간부터 움직인다”고 덧붙였다. 성패의 지름길이 청년의 손에 달렸다고나 할까.

청년의 힘은 이미 ‘안철수 현상’에서 보여준 바 있다. 신드롬의 주인공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2011년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춘콘서트를 진행하며 일약 대권 후보로 부상했다. 그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50%를 육박할 정도였다. 소위 잘나가는 교수이자 성공한 벤처사업가는 청년의 부름으로 정치권에 발을 옮겼다. 이후 정치권에선 안철수 전 대표가 청춘콘서트에서 보여준 ‘묻고 답하는’ 형식을 차용했다. 북콘서트의 출발점이다.

북콘서트는 유행이 됐다. 정점을 보여준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그를 정치권으로 이끈 계기가 바로 북콘서트다. 주변의 설득으로 <문재인의 운명>을 냈고, 등 떠밀리다시피 북콘서트를 열게 됐으나 그 과정에서 정권교체라는 책임감을 갖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훗날 출간한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어쨌든 북콘서트 형식으로 전국 순회를 한 것이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고 밝혔다. <운명>이 ‘정치인 문재인’을 알렸다면 <1219 끝이 시작이다>는 2012년 18대 대선 패배 후 정치적 동면 상태에 놓여있던 그의 활동 재개 신호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초 정치권과 거리를 뒀으나 전국을 순회하는 북콘서트를 끝낸 뒤 생각을 바꿨다. 북콘서트를 통해 실감한 인기가 곧 책임감으로 다가왔다. <뉴시스>

북콘서트는 단순 홍보수단을 넘어섰다. 문재인 대통령처럼 정치적 결단을 표시하는 도구가 되기도 했다. 그는 2017년 19대 대선에 다시 한 번 도전하기에 앞서 <촛불이 묻는다,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출간하고 북콘서트를 열었다. 베스트셀러의 다른 말은 국민적 지지다. 그 중심에 청년이 있었다는데 정치권의 이견은 없다. 청년을 타깃으로 한 정책 발표는 물론 이벤트가 활성화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특히 청년의 등장은 이전까지 뒷돈의 온상으로 불린 출판기념회를 변화시켰다.

출판기념회를 두 차례 기획했던 야당의 모 보좌관은 “청년이 주도적 역할을 한 게 맞다. 인사말 수준에 불과하던 출판기념회가 양방소통 방식으로 바뀌었다”면서 “지금은 타깃이 청년에서 전 연령대로 확대됐다. 그래서 새로운 콘텐츠가 더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북콘서트에 대한 정치권의 고민은 끊이질 않았다. <시사위크>에서 주목한 부분은 다시, 청년이다. 북콘서트의 열풍을 불러온 주역으로만 그쳤다는 점이다. 청년들이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없다. 무대 밖 이야기가 이제부터 시작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