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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미래다
[청년이 미래다④] 우리 계급은 ‘빈민’입니까
2018. 07. 12 by 소미연 기자 pink2542@sisaweek.com

청년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혁명의 상징이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투사의 길을 걸었고, 군사정권에선 민주화운동의 선봉에 섰다. 국난 앞에서 주저하지 않았던 헌신이 오늘을 만들었다. 이제 나라 잃은 설움도, 국가 권력의 횡포도 없다. 국민 승리의 시대다. 하지만 청년들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설 곳이 없다. 현실의 높은 장벽에 부딪혔다. 이들은 말한다. “청년이 위기다.” 이들이 묻는다. “청년을 구할 방법은 없는가.” 이들의 답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역할이 아닐까. [편집자주]

 

서울시는 청년층의 주거난 해소를 위해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청년주택 예정 부지와 인접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여전히 공전 중이다.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사업이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청년들의 주거난 해소를 위해 사업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청년주택 예정 부지가 해당 주민들의 주택과 인접하게 되면 주민들의 말이 달라졌다. 조망권 침해, 교통체증 유발, 지역 슬럼화, 우범화 전락을 우려했다. 이는 집값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주민들의 반대가 거셌다. 가장 열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곳은 당산동과 성내동이다. 이곳 주민들은 “공사가 시작되면 드러눕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분위기는 살벌했다. 당산동 주민들은 기자의 취재에 손을 가로저었다. 청년주택을 ‘빈민아파트’로 부른데 대한 여론의 비판을 산 뒤라 취재가 부담스러운 눈치였다. 지난 10일 청년주택 부지 바로 옆 H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만난 관계자는 “(서울시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처음과 달라진 것이 없다”며 더 이상의 언급을 거부했다. 일부 주민들은 님비현상으로 지적된 땅값 논란을 의식한 듯 “청년들이 대거 몰려들면 동네가 시끄러워질까봐 그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청년주택이 세워질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하이마트 부지. 인근 아파트에서 ‘5평형 빈민 아파트 신축 건’이라는 제목의 안내문을 붙였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소미연 기자>

성내동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청년주택 부지 뒤편에 자택을 가진 주민들은 저마다 플래카드를 내걸고 건립 반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외 지역에선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지역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찬성 입장을 내는 게 조심스러워보였다. 지역 사정에 밝은 60대 주민은 “부지 뒤로는 월세를 받아서 먹고 사는 노년들이 대부분인데, 고층의 임대 건물이 들어설 경우 이들의 생계가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 같은 지역 주민으로서 모르는 척 하기가 힘들다”고 귀띔했다.

◇ 논의 테이블에서 빠진 청년 예비수요자

주목할 부분은 두 곳 모두 청년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이유에 ‘청년’을 앞세웠다는 점이다. 역풍을 맞은 이후부터다. 당산동은 청년 유입으로 인한 우범화 가능성에 불만이 모아졌다. 젊은 층의 음주, 흡연, 고성방가로 분란을 일으킬 것이란 얘기다. 반면 성내동은 정책의 실효성을 꼬집었다. 청년주택이 8년 뒤 일반분양으로 바뀐다는 점에서 결국 청년들은 다시 쫓겨나고 민간업자만 폭리를 취하게 될 것이란 해석을 내놨다. ‘청년 때문에’, 또는 ‘청년을 위해서’ 반대 논리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청년의 목소리는 없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당사자이자 정책의 실수요자이지만 청년주택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청년의 자리는 배제됐다. 젊은정당·열린정당·미래정당을 지향하고 있는 우리미래 임한결 청년정책국장은 “서울시가 정책을 입안하고, 민간사업자가 시행하면서, 인근 주민들이 협상하는 구조인데 정작 예비입주자인 청년이 논의 테이블에서 빠져있다”면서 “예비입주자도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삼각지에 짓고 있는 청년주택의 높은 임대료는 청년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결과로 해석됐다.

삼각지 청년주택은 1호 사업지다. 1,086세대 규모로 오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임대료는 보증금 비율에 따라 다르다. 전용면적 19㎡ 기준으로 최저 16만원(임대보증금 3,950만원)에서 최고 38만원(임대보증금 9,483만원)까지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다고 말하지만, 청년층에게는 여전히 부담되는 액수다. 임한결 정책국장은 “서울시로부터 수익이 나지 않으면 민간사업자 누구도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회의감이 든다”고 설명했다.

청년주택이 세워질 서울 강동구 성내동 서울상운차량공업 부지. 반대 주민 대다수가 노령층의 임대사업자라는 점에서 생존권을 둘러싼 청년과 지역 주민 간의 갈등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소미연 기자>

앞서 서울시는 오는 2022년까지 청년주택 8만 가구를 보급할 계획을 세웠다. 지금까지 18곳이 인가를 받았다. 쉽지 않았다. 사실상 공람을 실시하는 모든 지역에서 주민들의 반대 의견이 접수됐다. 김승수 서울시 역세권계획팀장은 “청년주택이 필요하다는데 이견이 없지만 지역 주민들과 합의점을 찾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는 “공법을 변경하거나 높이를 조정하는 방식 등으로 주민 우려를 최소화하고, 커뮤니티시설 설치와 같은 주민 혜택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집값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 그렇다면, 우리도 같이 살지 않겠습니다

이미 임대아파트가 주변 집값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내용의 보고서는 수차례 발표됐다. 도리어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는 결과도 나왔다. 지난해 2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마포구 가좌지구 행복주택이 그 일례다. 건립 당시만 해도 지역 주민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한 대학생 특화 임대주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반대가 사라졌다. 주변 아파트의 평당 가격이 500만원가량 상승했다는 게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김승수 팀장은 “청년주택은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이 아니라 청년을 모으고, 지역에 새바람을 불어넣어줄 기폭제”라고 강조했다.

청년들의 목소리도 “같이 살자”다. 임한결 정책국장은 “불법적 소지가 없는 공공성 사업에 나의 재산권을 위해 다른 사람의 생존권을 폄하하는 것은 한 시민으로서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공공인프라에 대한 혜택은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엔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라는 신조어에서 드러난 청년들의 생활고가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가벼이 여길 문제가 아니다. 그는 “청년들이 ‘저희도 같이 살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한다면, 지역에서 청년이 떠난다면 어쩌겠느냐 묻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