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3년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한 중견건설사 삼부토건이 대주주와의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 / 삼부토건​
​지난해 10월 3년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한 중견건설사 삼부토건이 대주주와의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 / 삼부토건​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갈 길 바쁜 삼부토건이 더딘 걸음을 하게 됐다. 경영권 확보를 둘러싸고 삼부토건 경영진과 최대주주(우진인베스트)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 사측은 새로운 주인이 된 우진이 이전 대주주인 DST로봇과 다를 바 없는 기업사냥꾼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우진 측은 사실과 다른 여론몰이로 회사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 새 대주주는 투기세력?… 삼부 “유보자금 빼돌리는 게 목적”

법정관리 졸업 1년을 맞은 삼부토건의 경영정상화가 요원해 보인다. 흑자전환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할 시기에 경영권 분쟁이 과열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번 분쟁은 삼부토건이 지난 5월 대주주가 된 우진을 투기자본으로 인식한다는 데 기인한다. 삼부토건은 계측기 전문업체인 우진이 이전 대주주였던 사모펀드 컨소시엄과 다를 바 없는 투기세력으로 의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법정관리를 졸업한 삼부토건은 대주주 DST로봇을 중심으로 한 SB글로벌합자회사·DST글로벌합자회사 등 사모펀드 품에 안겼다. 하지만 이들 사모펀드 컨소시엄이 삼부토건의 자금을 유출하려다 실패하자, 우진을 끌어들여 유보자금을 빼돌리려는 재시도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간판만 바뀌었을 뿐 이전 대주주와 현재 대주주 모두 삼부토건의 정상화보다는 사내 유보금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기업사냥꾼이라는 입장이다.

삼부토건 관계자는 “이전 사모펀드 컨소시엄 아래에서의 LP(재무적 투자자)들의 면면은 바뀌었지만, 실제 업무집행사원은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SB글로벌합자회사, DST글로벌합자회사 등 컨소시엄과 현재 우진의 자산운용사는 JC파트너스로 동일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지난주 우진에서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주주명부를 확보해 간 상태”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우진은 삼부토건이 직원 정보 보호를 이유로 주주명부를 공개하지 않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우진의 주주명부 전체 열람 및 등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 강력 대응 예고한 우진, “경영권 지키려 여론몰이”

삼부토건은 대주주인 우진이 이사회를 장악하려 한다고 경계하고 있다. 오는 22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이사의 수를 늘려 머릿수 싸움에서 이기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삼부토건에 따르면 현재 이 회사의 이사회 인원은 총 6명. 이 중 사내이사 4명이 삼부토건에 우호적이라는 설명이다. 삼부토건 관계자는 “우진은 회사와 같은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중국인 이사를 해임하고, 총원을 10명까지 늘려 이사회를 장악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우진 측은 전혀 사실관계가 다른, 삼부토건의 여론몰이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삼부토건을 정상적이고 건실하게 경영할 목적으로 지분을 인수했음에도 자신들을 투기세력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지난 11일 우진 측은 성명서를 내고 “삼부토건과 관련해 배임, 횡령, 주가조작 등을 했거나 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일방적인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면서 “(우진이) 삼부토건을 인수한 뒤 건실한 경영에 나설 의지가 없고 단지 자산을 불리려는 목적으로 기업사냥꾼과 결탁했다고 지속적으로 언론을 통해 주장해 회사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주들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다시 방해하거나 임시주총과 관련해 주주 권리를 침해하는 사안이 발생할 경우, 일체의 법적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사측과 대주주 사이에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면서 삼부토건의 경영정상화도 더뎌지게 됐다.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2015년 4,468억원이던 매출 규모는 지난해 2,804억원으로 급감했다. 기업회생절차 중이던 2016년 2,614억원에 달했던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404억원으로 전환됐다. 올해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손실은 473억원에 달해 이미 지난해 전체 손실액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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