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판문점에서 만난 남북미 정상들. /노동신문 캡쳐
지난해 6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판문점에서 만난 남북미 정상들. /노동신문 캡쳐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북한 측 고위 인사가 하노이 북미회담과 같은 협상은 다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아울러 북미 대화를 촉진하려는 우리 측의 노력에도 면박을 줬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독자적 남북협력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현 시점에서 북한의 호응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11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개인담화를 통해 “새해벽두부터 남조선 당국이 우리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미국 대통령의 생일축하 인사를 대긴급 전달한다고 하면서 설레발을 치고 있다”며 “남조선당국이 숨 가쁘게 흥분에 겨워 온몸을 떨며 대긴급통지문으로 알려온 미국 대통령의 생일축하 인사라는 것을 우리는 미국대통령의 친서로 직접 전달받은 상태”라고 했다.

이어 “남조선이 우리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미국대통령의 축하인사를 전달한다고 하면서 호들갑을 떨었는데 저들이 조미관계에서 ‘중재자’역할을 해보려는 미련이 의연 남아있는 것 같다”며 “남조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에 중뿔나게 끼어드는 것은 좀 주제넘은 일”이라고 말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까지 이어졌던 비핵화 협상의 틀에서 벗어나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 고문은 “이제 다시 우리가 미국에 속히워(속아) 지난 시기처럼 시간을 버리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며 “평화적 인민이 겪는 고생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고 일부 유엔제재와 나라의 중핵적인 핵시설을 통째로 바꾸자고 제안했던 베트남에서와 같은 협상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아울러 “남조선 당국은 이런 마당에 우리가 무슨 생일축하 인사나 전달받았다고 하여 누구처럼 감지덕지해하며 대화에 복귀할 것이라는 허망한 꿈을 꾸지 말고, 끼어들었다가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신세가 되지 않으려거든 자중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을 방문하고 10일 귀국한 정의용 안보실장은 “마침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날이 1월 8일 김 위원장의 생일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기 기억하고 문재인 대통령께 김 위원장 생일에 대한 덕담을 하면서 그 메시지를 문 대통령께서 김 위원장께 꼭 좀 전달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계기로 북미대화와 남북협력의 물꼬가 트이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실제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북미대화를 촉진하면서도, 이와 별개로 ▲남북 철도연결 ▲문화교류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강조했었다. 하지만 북한이 곱지 않은 반응을 내놓으면서, 남북 간 냉랭한 분위기만 다시 확인됐다. 청와대는 김 고문의 담화에 대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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