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모든 상장 계열사에 전자투표제 도입을 추진한다. /뉴시스
현대자동차그룹이 모든 상장 계열사에 전자투표제 도입을 추진한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경영계의 주요 화두는 경영투명성 및 주주가치 제고다. 정부가 기업 경영투명성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면서 ‘장수 사외이사’가 종말을 맞게 됐고, 주주행동주의 확산 속에 주주들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는 것이 중요한 가치로 떠올랐다.

여기엔 그동안 이어져온 비정상적 행태가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주주총회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주주들에게 경영상황을 보고하고, 주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하는 자리였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짜여진 각본대로 진행돼 최대주주에 유리한 결정만 내려지거나, 상당수 기업들의 주주총회가 한날한시에 개최돼 소액주주들의 참여가 방해받는 일이 허다했다.

이에 정부에서는 주주총회 분산개최, 전자투표제 도입 등을 강조하며 주주총회 정상화에 공을 들여왔다.

이 같은 변화의 흐름 속에 현대자동차그룹이 발 빠른 호응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모든 상장계열사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까지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현대글로비스, 현대비앤지스틸, 현대차증권 등 3곳이었다. 올해는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나머지 9개 상장 계열사도 전자투표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각 계열사 이사회는 다가오는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전자투표제 도입을 의결할 예정이다.

전자투표제는 주주총회 현장에 직접 참석하지 않더라도 온라인 전자투표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현장을 찾기 어려운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보장하는 제도로,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소액주주들이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음에도 정작 그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자투표제는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이사회를 통해 전자투표제 도입을 전격 결정했다. 경영권 분쟁이 한창인 한진그룹의 한진칼 역시 전자투표제 도입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진다.

이런 가운데, 굴지의 재벌 대기업인 현대차그룹이 모든 상장 계열사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확산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주요 대기업 중 그룹 내 모든 상장 계열사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한화그룹에 이어 두 번째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결정은 소액주주들의 주주권을 보장하고 주주총회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전 상장사의 전자투표제도입을 통해 보다 투명하고 주주 권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방침이고, 앞으로도 적극적인 수익성 관리와 주주 친화 정책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여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상장계열사의 주주친화정책 강화 뿐 아니라, 비상장계열사의 이사회 운영 투명성 제고 역시 적극 추진하고 있다. 비상장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와 현대엔지니어링은 다음 달 열릴 주주총회에서 외부 전문가 1명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비상장사는 사외이사 선임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외이사 선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사외이사 신규 선임으로 이사회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대폭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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