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자가격리·재택근무·모임자제, 우울감이나 무기력증 ↑
심리 상담 건수, 한 달간 10배 증가… 중앙방역대책본부, ‘마음 가까이두기’ 캠페인 추진 예정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이로 인해 대다수의 국민들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으며 '코로나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잠시 주춤한 것 같았던 코로나19의 확진자 증가폭이 다시 늘어났다. 중앙방역대책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11일 오전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7,75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날 0시에 비해 242명 증가한 수치로, 하루 신규 확진자 증가수가 131명이던 지난 10일에 비해 100명 이상 늘어난 수치다.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직원 집단 감염 등에 따른 영향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계 관계자들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된다고 입을 모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질수록 국민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매출이 크게 감소한 자영업자, 손님이 뚝 끊긴 백화점 등 경제적 타격이 클 뿐만 아니라 외출 자제, 모음 금지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을 잃어버린 국민들에게 ‘코로나 우울증’까지 나타나고 있다.

◇ ‘창살없는 감옥’… “코로나19로 일상이 정지된 느낌”

“너무 답답해서 죽겠어요. 하루종일 TV에서는 코로나 확진자 증가, 사망자 증가처럼 뒤숭숭한 뉴스만 잔뜩 나오는데 스트레스를 풀 방법도 마땅치 않고...”

수원 망포시에 거주하고 있는 주부 A씨는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제대로 된 외출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동창회·문화센터 교육 등 각종 모임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됐을 뿐만 아니라, 집 근처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백화점이나 마트를 방문하기도 꺼려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람들의 외출은 눈에 띄게 준 상태다. 오후에 운동이나 산책을 위해 공원을 찾는 사람들도 크게 줄었다. 그나마 마주치는 사람들도 마스크를 쓴 채 지나갈 뿐이다. 점심시간 가득 찼던 식당도 한산하다. 봄마다 의류 신상품 판매로 호황을 누리던 백화점 역시 손님이 뚝 끊겼다.

오후 시간이면 뛰어노는 아이들로 가득했던 아파트의 놀이터. 지금은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해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박설민 기자 

이처럼 코로나로 인해 일상생활이 힘들어지자 국민들 다수가 답답함과 분노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월 25일부터 28일까지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59.8%가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절반 이상 정지된 것으로 느낀다’고 대답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1월 31일부터 2월 4일 진행된 1차 조사(48.0%)보다 10%p가량 증가한 수치다. 반면 코로나19로 인한 일상 변화가 없다는 응답은 1차조사(10.2%)보다 줄어 4.2%에 그쳤다.

특히 코로나19 관련 뉴스를 접할 때 떠오르는 감정에서 ‘분노’의 비중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차 조사 때는 △불안 60.2% △공포 16.7% △충격 10.9% △분노 6.8%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2차 조사에서는 △불안은 48.8%로 감소했으나 △분노가 21.6%로 대폭 증가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유명순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사망자 증가와 마스크 구매의 어려움, 자가격리 규칙을 어기는 사례 등으로 국민 감정의 양상이 달라졌다”며 “불안은 불신과 결합하는 것이기에 책무성이 강화돼 위기소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늘 사람들로 북적이던 창원 용호동의 가로수길도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해졌다. / 뉴시스

◇ 코로나 심리상담 건수, 한 달간 10배 증가… 관계부처, ‘심리적 방역’ 강화

코로나19 관련한 심리 상담 요청도 대폭 증가했다. 국가트라우마센터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난 1월 29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집계된 전국 코로나19 관련 심리상담 건수는 3만8,338건”이라며 “이 중 확진자 및 확진자 가족 대상 상담은 5,273건이며 자가격리자 및 일반인 대상 상담 건수는 3만3,065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1월 29일부터  2월 14일까지 17일간 집계된 상담건수가 총 3,594건이므로 약 한 달 간 10배가 넘게 증가한 셈이다.

이 같이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국민이 증가함에 따라 관계 부처도 코로나19 스트레스 극복을 위한 ‘심리적 방역’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9일부터 코로나19 특별대책위원회와 함께 전문 심리 상담을 무료로 시행 중이다. 

이를 위해 코로나19 특별대책위원회를 운영하는 한국심리학회는 학회 공인의 심리상담 전공교수 및 1급 심리 상담전문가 등 자발적으로 지원한 약 230명의 전문가들이 하루 8명씩 심리 상담을 제공한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정은경 본부장은 “한국심리학회의 자발적 심리상담 지원 등 민간의 참여와 격려, 응원 등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동참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질병관리본부도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과 함께,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응원 △가족 살피기 등의 ‘마음 가까이두기’ 캠페인도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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