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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이슈&팩트(101)] ‘개성공단 마스크 생산’ 정말 가능할까?
2020. 03. 12 by 서예진 기자 syj.0210@sisaweek.com
6일 경기도 평택의 마스크 제조공장인 우일씨앤텍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필요한 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다. /뉴시스
6일 경기도 평택의 마스크 제조공장인 우일씨앤텍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필요한 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며 마스크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범여권을 중심으로 마스크를 개성공단에서 생산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실제로 당장 생산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개성공단에서는 KF94, KF80 등급의 마스크 생산이 가능하고 섬유 기업은 73개사나 된다”면서 개성공단 마스크 생산을 주장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도 같은날 “개성공단에는 1개의 마스크 공장과 면 마스크를 생산할 수 있는 50여개의 공장, 위생 방호복 제조가 가능한 60여개의 공장, 여기에 3만명이 넘는 숙련된 노동자가 있다”면서 같은 주장을 펼쳤다.

개성공단을 통한 마스크 생산 논의는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등장했다. 청원인은 “마스크 수급, 분배 등으로 불편이 생기고 있고 전세계적으로 방역 장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개성공단엔 마냥 쉬고 있는 대규모 마스크 생산공장이 있다. 이걸 활용하면 많은 분야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개성공단은 지난 2000년 8월 현대아산과 북한 당국이 ‘공업지구 개발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하면서 출발했다. 그러나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연이은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응해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6년 2월 10일 가동 전면 중단을 결정했다.

하지만 통일부는 11일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개성공단이 재가동돼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지만,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기 위해서 현실적인 문제들을 점검해 봐야 한다”면서 사실상 불가 방침을 밝혔다.

그러면서 마스크 생산이 어려운 이유로 △남북의 인원이 실내에서 만나 밀접접촉을 해야 된다는 점 △재가동하기 위해서는 시설점검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 △마스크 원자재를 개성으로 반입하는 문제 등을 들었다.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기 위해선 북한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북한 근로자가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은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국가비상방역체계로 전환하고 외부와 전면 차단한 상태라 방역 관련 남북협력조차도 논의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통일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북한은 인원이 많이 상주하지 않은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소도 방역을 위해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철수해달라고 한 상태라 현재 남북이 떨어져서 통신을 통해 연락업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현재 코로나19 방역에 국가적 존망을 걸고 있고, 총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몇만명의 근로자를 모으는 것은 북한에서 어려울 수 있다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도라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의 모습. /뉴시스
도라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의 모습. /뉴시스

또 개성공단은 지난 2016년 이후 4년간 폐쇄된 상태다. 폐쇄 이후 공장 기계 설비가 그대로 방치돼 있어 재가동을 하려면 수리·보수 등 추가 작업이 불가피하다. 추가 작업 시간을 감안하면 당장 해결해야 하는 ‘마스크 대란’에는 즉각 대응할 수 없게 된다. 

통일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반적으로 정비를 다시 해야 하고, 점검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모른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단 이후 한번도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재 개성공단에 있는 봉제·섬유공장 73개사에서 별도 설비투자 없이 생산이 가능한 것은 방진마스크(KF80 이상)가 아닌 면 마스크다. 또 개성공업지구 지원재단에 따르면 현재 개성공단에서의 방진마스크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1곳으로, 일일 생산량은 2만5,000개다. 방진마스크 국내 일일 생산량은 1,000만장이다.

앞서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나 ‘개성공단에서 면 마스크 1,000만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이 마스크만 생산한 선례가 없어서 정확한 생산량을 추산하기 어렵다. 가정에 근거한 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면 마스크 1,000만장은 마스크 생산업체 1개와 73개의 봉제공장, 그리고 약 3만5,000명의 북측 근로자가 투입됐을 때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개성공단 마스크 생산은) 북한과 협의가 필요하다는 전제를 깔아야 하는데, 또 (생산량, 공단 정비 등) 전제에 전제를 깔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즉, 북한에서 근로자를 보낼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개성공단 정비를 끝낸 후 공장을 가동시켜야 하는데 이같은 전제를 깔고도 1,000만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주장은 가정이라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위의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대북제재 문제가 남아 있다. 개성공단 자체는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송전, 물품 반입(마스크 원재료)·수송은 대북제재 대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일부가 설명자료 및 품목리스트를 작성 후, 미 국무부의 검토를 거쳐 유엔 제재위에 보내 승인을 받는 시간이 소요된다는 문제가 생긴다.

결국 실제 가동에 들어가더라도 방역 물품 출고 시점과 실제 가능 생산량 등을 고려할 때 국내수요 적기 충족에는 한계가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