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스마일게이트 RPG 등 국내 게임사들이 자사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일본 게임 시장 정식 서비스한다는 소식을 알려오고 있다. 일본에서 흥행을 견인하기 쉽지 않은 MMORPG를 선택한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넥슨
넥슨, 스마일게이트 RPG 등 국내 게임사들이 자사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일본 게임 시장 정식 서비스한다는 소식을 알려오고 있다. 일본에서 흥행을 견인하기 쉽지 않은 MMORPG를 선택한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넥슨

시사위크=송가영 기자  국내 게임사들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일본 게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일본 게임 시장에서 흥행을 이끌어 내는 것이 쉽지 않은 MMORPG를 서비스하게 된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RPG 대신 MMO… 현지 취향 적극 반영

스마일게이트 RPG는 지난 23일 PC온라인 MMORPG ‘로스트아크’의 일본 서비스를 시작했다. 로스트아크의 모험이 시작되는 아르테미스부터 북부의 슈샤이어 지역까지를 포함한 9개 지역과 46개의 섬을 공개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오픈해 선보였다.

일본 서비스를 기념해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아마노 요시타카 작가와 진행한 콜라보레이션도 선보였다. 로스트아크의 핵심 인물인 ‘아만’이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모습을 담은 일러스트는 게임 속 특별 카드 아이템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넥슨은 지난 24일 지난해 출시한 모바일 MMORPG ‘V4’의 일본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현지 이용자들이 모바일 계정으로 PC로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크로스 플레이 서비스도 지원한다. 현지에서 크로스 플레이 지원은 한국 게임으로서는 처음이다. 

기존 국내 서비스와는 다소 차별화된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플레이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난이도를 조정하고 성장을 체감할 수 있도록 콘텐츠 제공 속도를 조율할 방침이다. 또한 일본 MMORPG 이용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고 있는 인플루언서 등을 통해 이용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나갈 계획이다. 

나카니시 케이타 넥슨 일본법인 사업본부 부장은 “수백여 명의 대규모 인원이 같은 공간에서 상호작용하는 MMORPG의 본연의 재미를 목표로 개발한 타이틀인 만큼 모바일에서 체험하기 힘들었던 부분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일본 유저들도 폭넓게 즐길 것으로 예상한다”며 “모바일 MMORPG로 최고 수준의 퀄리티 제공이 가능한 타이틀로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말했다.

◇ 日 진출 불가피… 장기 서비스위한 플랜 구축해야

이들의 일본 진출 소식에 업계는 다소 의아한 반응이다. 현지 이용자들이 MMORPG의 핵심 콘텐츠인 이용자간대전(PVP), 보스전, 레이드 등 치열한 경쟁을 선호하지 않아 핵심 이용자층이 낮은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일본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장르도 아니다.

구글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등 일본의 앱 마켓 매출 상위권에 진입해 있는 게임 장르 대부분은 역할수행게임(RPG)이다. 모바일 앱 분석 사이트 모바일인덱스, 게볼루션 등에 따르면 29일 일본 애플 앱스토어 기준으로 △몬스터 스트라이크 △드래곤 퀘스트 워크 △프로야구 스피릿츠A △퍼즐앤드래곤 △원신이 매출 5위권에 올랐다. 일본 구글플레이 기준으로는 △벽람항로 △몬스터 스트라이크 △드래곤 퀘스트 워크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페이트/그랜드 오더가 매출 5위권에 진입했다.

양대마켓 매출 5위권에 퍼즐, 스포츠 장르 게임도 보이지만 대부분이 RPG다. 구글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매출 5위권에 MMORPG가 다수 진입해 있는 국내 게임 시장과는 확연히 차이나는 모습이다.

이렇듯 국산 MMORPG의 일본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일본 진출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올해 초 중국 게임 시장 재개방에 따른 기대감이 있었지만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 일본 진출의 이유로 보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의 직접 서비스가 어려워진 상황에 텐센트 등 굵직한 현지 게임사를 통한 간접 서비스까지 시도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자국의 게임 산업마저 압박하고 있어 시장 진출길이 완전히 막혔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서비스 경험이 쌓여있고 시장 규모가 비교적 큰 일본 시장 진출은 차선책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 2018년 기준 일본 게임 시장은 212억달러(한화 약 24조원) 규모로 전세계 3위에 달한다.

현지에서 치열한 입지 경쟁을 벌이고 있는 RPG 시장 대신 MMORPG 시장을 선택한 것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일본 이용자들의 성향에 맞춰 진입장벽을 낮추고 차별화된 서비스 등을 제공해 신규 이용자를 유입시킨 후 중장기 서비스를 위한 전략을 구축해 나가려는 의도로 업계에선 풀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MMORPG가 대부분 국내 이용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개발되다 보니 일본 이용자들에게 하드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도록 서비스 개편이 필요하다”며 “최근 중국 게임들이 일본 게임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가고 있는 만큼 차별화된 전략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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