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2 17:17
[정의당 위기] 대표 성추행으로 존립마저 위태
[정의당 위기] 대표 성추행으로 존립마저 위태
  • 권신구 기자
  • 승인 2021.01.2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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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젠더인권본부를 맡고 있는 배복주 부대표가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오른쪽은 정호진 대변인.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의당이 사상 초유 당 대표 성추행 사건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정의당은 이번 사건에 대해 단호한 대처를 천명하며 수습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젠더 이슈에 앞장서 온 진보 정당의 이미지 타격은 물론이고 존립 마저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정의당 대표단은 25일 김종철 정의당 대표를 직위 해제했다고 발표했다. 김 대표는 지난 15일 여의도 모처에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면담을 위한 식사 자리를 가진 뒤 차량을 기다리는 도중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의원은 사흘이 후인 지난 18일 이를 당 젠더인권본부에 알렸고 당은 자체 조사를 실시했다.

김 대표도 이같은 사실에 대해 인정했다. 그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는 평소 저에 대한 정치적 신뢰를 계속해서 보여주셨는데 그 신뢰를 배반하고 배신으로 갚았다”며 “정의당과 당원, 국민 여러분께도 씻지 못할 충격을 드렸다”며 사과했다.

정의당은 이번 사태에 대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 문제를 공론화한 것도 당 차원이었다. 정의당 대표단은 이날 오전 비공개회의를 통해 김 대표에 대한 직위 해제를 결정하고, 중앙당기위원회에 제소하기로 결정했다. 김 대표가 미리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사안이 엄중하다는 점을 이유로 공식기구 차원의 징계 절차를 밟았다.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김윤기 부대표를 직무대행으로 결정했다. 정의당 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의 직무 정지 등 본인 의사에 반하여 궐위 또는 유고 된 경우에는 다득표 부대표가 직무를 대행한다고 규정돼 있다.

아울러 정의당은 조직문화 점검 및 대책 마련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이를 통해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성 평등한 조직문화를 위한 대책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의당은 그간 성 문제에 대한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지만, 대표의 성추문으로 인해 이같은 명분 마저도 희미해진 상황이다. /뉴시스

◇ 당 정체성에 타격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인해 당의 위기감은 극심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젠더 이슈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던 데다가, 가해자가 당 대표라는 점에서 충격파는 더욱 큰 모습이다. 정 수석대변인은 “(당내에서) 많이들 놀라고 충격을 받았다”며 “참담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젠더 이슈를 앞세운 정당으로서 그 명분도 희미해졌다. 정의당은 그간 더불어민주당의 성 비위와 관련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 왔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피소 사실 유출 의혹과 관련해 남인순 민주당 의원을 향해 날을 세우기도 했다. 정의당이 오는 4월 재보궐 선거 기조와 관련해 ‘성 평등 선거’, ‘미투 선거’라는 점을 강조하며 차별화에 나선 것도 이를 보여준다.

당장 정치권에선 이같은 행보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민주당은 “정의당은 젠더 이슈와 성 평등 가치에 누구보다 목소리를 내왔다”며 “이번 사건으로 국민의 충격은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역시 “말과 행동의 무게를 올바르게 자각하는지 성찰하라”고 비판했다.

이렇다 보니 당의 혼란도 가중되는 분위기다. 당 내에서 조차 ‘수명을 다했다’, ‘존폐 기로’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명분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도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정 수석대변인은 이날 “후보들의 상황을 파악해 보고 의견을 수렴해야 할 것”이라며 “추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의 ‘세대교체’도 물거품이 된 모습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당 대표 결선 투표에서 배진교 정의당 의원을 제치고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됐다. 고(故) 노회찬 전 의원, 심상정 의원의 뒤를 잇는 진보정당 2세대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던 터라 기대감도 높았다. 심 의원은 김 대표의 취임식에서 “정의당의 세대교체를 넘어 낡은 정치권 세대교체를 선도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가 결국 취임 100일을 조금 넘긴 상황에서 불명예스럽게 물러나면서 이같은 약속은 무위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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