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버블 협약’ 체결국 여객, 48시간 내 PCR검사 음성확인 시 격리면제
괌, 트래블 버블보다 파격적인 입국자 기준… 韓 백신 인증 쿠브도 인정
괌-사이판, 단 50분 거리… 항공업계 “국가별 특성 고려해서 기준 재설정해야”

정부가 트래블 버블 협약 체결국가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입국하는 내외국인에 대해 10일간 격리 조치를 시행함에 따라 항공업계에서는 인천~괌 노선 운항 취소 및 축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지난 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의 모습. / 뉴시스
정부가 트래블 버블 협약 체결국가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입국하는 내외국인에 대해 10일간 격리 조치를 시행함에 따라 항공업계에서는 인천~괌 노선 운항 취소 및 축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지난 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의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우리 정부가 코로나19 변이종인 오미크론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격리조치를 다시 시행하고 나섰다. 해외 입국자 격리 조치에 대해 국민들 사이에서는 큰 이견이 없으나, 일부 격리 면제 혜택을 부여하는 국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로 현재 한국 입국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 및 음성증명서 지참 유무를 가리지 않고 전부 열흘간 자가격리 또는 시설격리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싱가포르와 사이판 노선 여객만 예외적으로 격리가 면제된다. 두 나라는 오미크론 확산 방지 조치 이전에 우리나라와 여행안전권역(트래블 버블) 협약을 맺었기 때문에 국가 간 상호신뢰 문제 등을 고려해 격리를 면제한다.

대신 전제조건이 따라 붙는다. 싱가포르와 사이판에서 입국하는 이들의 격리 면제 조건은 입국 전 48시간 내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확인서를 지참해야 한다. 기존에는 72시간 내 음성확인서가 필요했으나 조금 강화된 부분이다. 강화된 격리 면제 기준은 20일 0시부터 시행됐다.

문제는 괌이다. 괌은 우리 정부와 트래블 버블 협약은 체결하지 않았으나, 트래블 버블 이상의 입국자 기준 완화 조치를 시행한 섬나라다.

지난 10월부터 괌 관광청은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PCR 검사에서 음성이 확인되는 한국인을 비롯한 여행객에 대해 격리 없이 입국을 허용했다. 특히 부모가 백신접종을 완료하고 코로나19 음성이 확인됐을 경우,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만 12세 미만 아동 역시 격리가 면제돼 가족단위 여행객의 관심이 높았다.

여기에 괌 정부는 한국의 백신 전자 접종증명서인 ‘쿠브(COOV)’를 현지에서 인정해줘 비교적 출입국 절차가 자유롭고 편리하다. 괌의 이러한 조치는 한국 정부와 트래블 버블 협약만 체결하지 않았지, 사실상 트래블 버블에 준하는 규제 완화로 볼 수 있다.

사이판과 괌, 하와이 등 해외 휴양지로의 여행이 하나둘씩 열리고 있다. / 픽사베이
한국 정부가 해외 입국자의 격리조치를 다시 시행하고 나섰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트래블버블을 체결한 싱가포르와 사이판은 격리 면제 대상에 올랐으며, 괌은 트래블 버블을 체결하지 않아 격리 면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 픽사베이

괌은 사이판과 비행기로 50분 정도의 거리에 떨어져 있는 섬나라로, 남태평양 관광지라는 특성도 유사하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괌 정부와 트래블 버블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괌 노선 여객에 대해 싱가포르나 사이판처럼 격리 면제 혜택을 부여하지 않는다.

이러한 정부의 조치에 항공업계는 희비가 엇갈렸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은 괌 노선 운항을 이미 시작했거나 준비를 하는 단계였는데, 정부의 조치에 괌 노선 운항에 차질이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에어부산 측은 적자를 감수하고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김해∼괌 노선 운항을 강행했다.

반면 사이판 노선을 배정받은 일부 항공사는 뜻밖의 혜택을 받게 된 셈이다. 사이판은 괌과 비슷한 분위기의 휴양지로 여행객들이 비교대상에 두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괌 여행 시 귀국 후 격리 조치를 우려하는 여객이 사이판으로 노선을 변경할 가능성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정부 조치에 항공업계에서는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한다.

항공업계 관계자 A씨는 “사이판 여객이나 괌 여객의 성격은 대부분이 비슷하며, 두 여행지에서 한국으로 입국하는 승객들은 대부분이 한국에서 출국을 했던 내국인 여행객들이 차지하는 점도 동일하다”며 “그러나 우리 정부는 트래블 버블을 맺은 사이판과 싱가포르에 대해서만 격리를 면제하고, 괌은 트래블 버블을 맺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괌에서 입국한 여객에 대해 코로나19 음성 판정 여부 및 백신 접종 등은 상관하지 않고 무조건 격리를 시행하고 나선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고 말했다.

이어 “괌은 한국인 등 입국자에 대해 PCR검사 음성만 확인되면 무격리 여행 조치를 파격적으로 했는데, 이게 한국에서는 도리어 문제로 이어진 상황”이라며 “이러한 문제는 한국 정부가 노선의 특성을 이해하지 않고 격리 조치를 획일화하면서 나타난 것인데, 입국자 격리 조치를 트래블 버블 체결 유무로 일원화하기보다 노선 특성에 맞게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괌은 현재까지도 현지 입국자들에 대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 및 72시간 내 PCR검사 음성확인서 및 24시간 내 코로나19 항원검사 음성확인서를 지참하면 격리를 면제해주고 있다. 결국 우리 국민들이 괌으로 여행을 갈 때는 무격리가 가능하지만, 귀국 시에는  PCR검사 음성 등이 확인되더라도 격리조치를 시행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질병관리청 해외출입국관리팀장은 “현재 입국자 격리 조치를 시행하면서 격리 면제 대상국을 선정할 때 노선의 성격이나 상대국의 한국인 입국 조치 완화 등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원래는 격리 면제 예외사항을 두지 않는 것이 맞지만 국토교통부나 외교부가 상호협약(트래블 버블)을 통해 체결한 부분이 있고, 이러한 부분을 부처에서 요구한 점을 받아들여 트래블 버블을 맺은 싱가포르와 사이판에 대해서만 격리를 면제 적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격리 면제 조치는 우리 국가의 정책이다”며 “(일부 국가에 대한 격리 면제를) 고려할 수는 있으나, 괌은 트래블 버블 협약을 체결하지 않는 국가라서 격리 면제 대상이 아니다. 국가마다 상황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한편, 항공통계 사이트인 항공포털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월별 인천∼괌 노선 운항편 및 여객수는 △7월 35편·1,321명 △8월 50편·1,679명 △9월 54편·2,127명 △10월 60편·2,890명 △11월 68편·7,515명 등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는 추세를 보였으나, 12월에는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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