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인선′에 불만을 드러낸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모든 일정을 취소하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갈등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인수위 내부 갈등은 곧장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논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내각 인선을 둘러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간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1차 내각 인선 이후 불만을 토로했음에도 2차 인선에서 ‘안철수계’ 인사가 포함되지 않자 안 위원장은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인수위 내부의 갈등이 거세지는 가운데, 여파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국면에까지 미치고 있다.

안 위원장은 14일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통의동 집무실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전날(13일)에는 윤 당선인을 비롯해 인수위 관계자들과 예정된 도시락 만찬에도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이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법무부‧외교부‧중소벤처기업부‧통일부‧해양수산부‧행정안전부‧환경부 등 8개 부처 등에 대한 ‘2차 인선안’을 발표한 이후다. 발표된 인사 중에 안 위원장 측 인사는 한 명도 없었다.

이미 감정의 골은 깊을 대로 깊어져 있었다. 안 위원장은 지난 10일 발표된 윤 당선인의 ‘1차 인선안’에 대해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인선 과정에서 제가 전문성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조언을 드리고 싶었다”며 “그런 과정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의 인수위원 돌연 사퇴 이후 갖가지 해석이 나온 터였다. 사실상 ‘인선 과정’에서 자신의 의중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직격한 것이다.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약속한 ‘공동 정부’ 위기론까지 퍼진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윤 당선인이 안 위원장 달래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2차 인선에서 어느 정도 안 위원장의 ‘몫’을 챙겨줄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예상은 철저히 빗나갔다. 윤 당선인은 지난 13일 ′2차 인선 발표′에 이어 이날 고용노동부·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인선에서도 안 위원장 측 인사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어느 특정 인사를 배제하거나 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갈등 국면에 윤 당선인도 “좀 이해가 안 간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안 위원장으로부터 추천을 받았고, 인선 과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해서도 어제 충분히 설명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불쾌하거나 이런 건 전혀 없으신 걸로 알고 있다”며 “저하고 이야기할 때는 그렇게 안 하시고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이견 조율했지만 ‘합당 선언’ 묘연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의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자 정치권에서는 더이상 이들의 ′동행′이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결과론적으로 공동 정부에 대한 약속이 사실상 파기된 꼴이 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이 ′인수위 내부′의 논란으로만 그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국면도 무기한 중단된 상황이다. 

실제로 양당은 이미 합당과 관련해 상당 부분 이견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은 것은 대표 간 만남을 통해 ′선언′을 하는 것 뿐이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후 기자들과 만나 “합당은 실무자들이 진행하고 있고 지난 월요일 부로 이견이 조율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 위원장이 인선 문제에 반발하면서 이들의 만남은 기약이 없어졌다. 논의가 언제 재가동될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논의 자체가) 서 있다”라며 “선거가 코앞인데 상황이 묘연하다”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일단 안 위원장의 ‘결단’을 기다리겠다는 심산이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의 결심이 늦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바탕으로 몇 가지 추론할 수는 있지만 특정 이유 때문이라고 전달된 것이 없었기에 확답을 드릴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당 이견이 조율된 만큼) 정치적 상황을 파악하지 않고 국민의당의 최종 결심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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