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이 14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앞두고 박광온 위원장과 면담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김오수 검찰총장이 14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앞두고 박광온 위원장과 면담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당론으로 채택한 가운데 김오수 검찰총장이 직접 국회를 찾아 검수완박의 핵심은 검찰을 없애자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검찰과 윤석열 당선인 인수위는 물론 정의당까지도 반대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묵묵히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법조계, 사퇴∙국회 방문 등 모든 수단 동원

김 검찰총장은 14일 오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광온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면담 전 기자들과 만나 “결국 검사 수사기능 전면 폐지법안의 핵심은 검찰을 없애자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면 그 업무 부담은 경찰과 법원으로 다 넘어가게 된다”며 “지금도 경찰은 수사권조정으로 인해 업무부담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 않느냐. 법원 역시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에서 걸러서 법률적으로 따지고, 문제가 되는지 보완수사를 해서 법원으로 가는 것이 온당한 것이지 그걸 전부 법원으로 넘긴다면 법원의 재판부담도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범죄자들을 검사가 수사하지 못하고 기소만 담당한다면, 어제는 범죄자들이 만세를 부른다고 표현했지만 그건 좀 과하고 범죄자들이 행복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 고사성어에 교각살우(矯角殺牛)라는 말이 있다. 소 뿔을 좀 예쁘게 고쳐보려다 그 뿔을 잘못 많이 건들여 소가 죽게됐다는 취지다. 검찰을 전부 폐지하는 쪽으로 가는 것 같아서 그 부분에 대해선 제발 교각살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비유했다.

또한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에 이어 김수현 통영지청장도 ‘검수완박’ 법안에 반대해 사의를 표명했다. 김 통영지청장은 특히 “검찰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책임 있으신 분들의 결단을 촉구한다”며 검찰 지휘부의 사퇴까지 촉구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 또한 14일 정진석 국회부의장을 예방했다. 변협은 연일 국회를 찾아 검수완박이 국가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중대한 사안인 점을 감안하면 성급하게 추진해서는 안 되고,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 인수위, 민주당 정면 비판

법조계뿐 아니라 윤석열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까지 나서 민주당의 검수완박을 “헌법 파괴 행위”라고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유상범 의원은 13일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검찰 수사권의 완전 폐지는 헌법이 검사에게 영장신청권을 부여한 헌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며 “위헌적일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정당성도 찾아볼 수 없는 검찰 수사권의 완전 폐지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또 유 의원은 “검찰 수사권의 완전 폐지는 국민 보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오로지 특정 인물이나 부패 세력을 수호하기 위하여 국가의 수사 기능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새 정부 출범 전에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 폐지해 검찰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방해하는 것이자, 대통령 선거로 확인된 민의에 불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측에서도 법안 저지에 팔을 걷어 부쳤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검수완박 추진으로)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완전히 박살 날 것이다. ‘지민완박(지방선거 민주당 완전 박살)’이다”며 “저는 원내(국회의원)가 아니라 밖에서 응원만 하지만 제가 만약 (필리버스터를) 한다면 한 100시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 필리버스터를 독려한 셈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현행법상 최고의 무기가 필리버스터”라며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민주당 실세들의 부정·비리에 대한 수사를 막겠다는 것이다. 대선에서 패배하자 검찰이 정권 뜻대로 움직일까봐 겁이 나서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권 원내대표는 14일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를 만나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 법안을 ‘폭탄’에 비유하며 “정의당은 정의당답게 독자노선을 고수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입법 강행을 막기 위해 정의당에 손을 내민 것이다.

이에 화답한 듯 국회 대표단회의에서 여영국 정의당 대표가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한 검찰개혁이 강 대 강의 진영대결로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4월 임시국회 강행처리를 유보해달라”며 “검찰개혁은 정의당의 일관된 입장이지만, 4월 임시국회 강행처리는 국민적 공감과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유상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이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인수위사진기자단
유상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이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인수위사진기자단

◇ 민주당 “수사권 분리의 마지막 기회”

이 같은 결사 반대에도 민주당은 강행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4일 “정의당이 검찰개혁안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면서도 “정치 교체를 위해서 기초의원 선거 제도를 일부 수정해서 중대선거구제 시범 실시라고 하는 안을 정의당의 동의까지 받아서 냈다”고 말했다. 기초의원 3~5인 선거구제 시범실시를 연결고리로 정의당의 협조를 구하고 있음을 전했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게 하기 위해서는 정의당의 협조가 필요하지 않냐는 질문에 윤 위원장은 “20대 말에는 임시국회 회기를 단축해서 필리버스터를 종결시킨 사례가 있다. 이런 국회의 선례들을 잘 참고하겠다”며 “정의당의 협조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민주당 내에서도 신중론은 있다. 권지웅 비대위원은 “(민주당이) 다시 검찰개혁을 1순위로 내세우는 모습으로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이 저는 두렵다”며 “청년들에게는 국정원과 검찰의 문제보다 주택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소식이 더 무섭다. 대선 패배 반성이 논의되길 간절히 바란다. 사회는 달라지고 절실한 문제와 시대 우선순위가 달라졌다”고 했다.

이에 윤 비대위원장은 “신중론도 나름대로 근거가 없는 말씀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그런데 모든 일에는 때가 있고 시기를 놓치면 더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검찰의 임시방편으로 경찰 수사권을 검찰에 넘겨준 지 70년이 지났다. 지금이 바로 수사권을 분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수사권 분리를 추진하겠다는 결정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장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한동훈 후보도 ‘반드시 저지하겠다’ 이런 입장 아니냐. 김오수 총장은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하시도록 하겠다’는 이야기를 한다”며 “검찰 특수부 검사들은 마치 과거 군부독재 시절 육사 출신 하나회가 했던 것처럼 자신들만의 리그를 운영해 왔다”고 말했다.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후에는 법안에 거부권 행사가 확실시됨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4월 임시국회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에 나설 경우, 재적의원 3분의 2(180석)의 찬성이 있으면 종결할 수 있다. 172석인 민주당이 무제한 토론을 무력화하려면 정의당의 동의가 절실하지만, 정의당이 협조하지 않을 것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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