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수완박' 중재안 합의와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재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수용한 지 사흘 만의 번복이다. 지지층의 요동은 물론, 윤석열 당선인의 ‘불편한 감정’이 결과를 뒤엎은 배경으로 거론된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합의정신을 위배한 것이라며 강공 태세를 유지해 여야가 다시 검수완박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모습이다.

25일 국민의힘은 검수완박 중재안을 재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중재안에 대해 공직 선거에 대한 부분과 공직자 범죄에 대한 부분에 대해 국민의 우려를 확인했다”며 “그걸 바탕으로 재논의하도록 하자는 것이 최고위원회의 공통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권 원내대표도 이 자리에서 “중대범죄에 대해 국민께서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이 수사를 받기 싫어 짬짜미 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만든 건 정치인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민주당도 열린 마음으로 재논의 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입장을 바꿨다.

지난 22일 검수완박 법안을 둘러싼 강 대 강 대치를 이어온 여야는 박 의장의 중재안이 나오면서 화해 무드에 접어들었다. 박 의장의 중재안은 현재 검찰이 보유하고 있는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 중 부패‧경제범죄에 대한 수사권만을 한시적으로 유지하는 게 골자다. 다만 향후 중대범죄수사청 등 수사기관의 역량이 일정 수준에 이를 경우 이마저도 폐지토록 했다. 

권 원내대표로선 사실상 민주당의 입법 강행을 막을 뚜렷한 방법이 없었던 만큼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적정선을 찾은 것이었지만, 상황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당 안팎에서 이로 인한 잡음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24일) 페이스북에 “당 대표로서 항상 원내지도부의 논의를 존중해왔고, 소위 검수완박 논의가 우리 당의 의원총회에서 통과하였다고는 하지만 심각한 모순점들이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입법 추진은 무리”라며 반대 의사를 표했다.

◇ 이번에도 ‘윤심(尹心)’ 작용?

명분을 내세웠다지만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이렇게 합의 내용을 급작스럽게 뒤엎은 데는 궁극적으로 윤석열 당선인의 ‘의중’을 고려한 것이란 해석이 다분하다. 검찰총장 시절부터 ‘검수완박’을 ‘부패완판’이라고 강하게 비판해 온 윤 당선인이 사실상 이 같은 합의에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자 기류가 달라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가 전날 페이스북에 '주말 내내 여러 법률가들과 이에 대한 자세한 의견을 수렴했다'고 언급한 주체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이러한 추측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자는 반대의견을 개진했기 때문에 법리적 부분에 대한 고민이 무엇인지 통화를 한 것”이라며 “정무적인 부분을 물어본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검수완박에 대해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만을 강조해 온 윤 당선인의 어조는 달라졌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열린 일일브리핑에서 “헌법 가치 수호와 국민의 삶을 지키는 정답이 뭔지 깊게 고민하고 정치권의 중지를 모아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검찰종장 사퇴 때 말씀하신 것과 생각에 전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러한 국민의힘의 입장 변화에 대해 날을 세우고 나섰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여야 합의를 파기하려는 어떤 국민의힘의 시도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늦어도 오는 29일까지 합의된 중재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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