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 1소위원장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소위에 참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1소위원장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소위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서울시장 도전을 공식선언한 지 이틀만에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를 위한 법사위 상황을 이유로 중도 포기를 선언했다. 이에 민주당 경선은 송영길 전 대표와 김진애 전 의원 간 2파전으로 압축됐다.

이대로 경성이 이뤄진다면 현재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송 전 대표의 우세가 점쳐진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MBN 의뢰로 4월 11~12일 서울시민 802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 송 전 대표 24.9%, 박주민 의원 12.3%, 김진애 전 의원 6.2%를 각각 기록했다. 박 의원의 표가 모두 김 전 의원에게 간다고 해도 18.5%로 1위를 뒤집기는 힘든 상황이다.

조사 당시 민주당 경선 참여 예비후보가 확정되기 전이었고, 여론이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선거 결과를 점치기 힘든 상황임을 감안하더라도 서울시장 경선은 사실상 송 전 대표의 독주체제가 된 셈이다.

◇ 박주민 “주어진 개혁과제 완수하겠다”

박 의원은 26일 본인의 SNS를 통해 “더 젊고 다양한 서울시의 미래를 시민들께 설명드리고 싶었는데 늦어진 경선 일정과 국회 상황으로 이제는 그마저도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여기서 도전을 멈출 수밖에 없다”고 포기를 선언했다.

그는 “법사위 상황으로 어제 서울시장 경선 후보 토론에 가지 못했다. 오늘 당에서 정한 정견발표 영상 촬영 일정도 아마도 법사위 일정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할 것 같다”며 “아무리 발버둥쳐도 도저히 선거를 치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25일 밤 예정됐던 TV토론은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박 의원이 불참을 통보했고, 송영길 전 대표도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무산된 바 있다.

이어 “저에게 주어진 여러 개혁 과제는 끝까지 완수하겠다”며 “저를 지지하고 응원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법사위 법안심사소위 앞에서도 만난 기자들에게도 서울시장 경선 포기에 대해 “어제 토론회 무산도 제가 못감으로써 무산이 된 건데 자꾸 이렇게 되니 다른 후보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것 같다”고 했다.

다른 경선 후보들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송 전 대표는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국민의힘이 국회의장 중재안을 파기하지 않았다면 경선에서 서울시정에 대한 비전을 함께 토론하고 경쟁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김진애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박 의원의 결단에 고뇌를 읽었다”며 “법사위 리더로서 당장 검찰선진화법 통과뿐 아니라 그 후속 작업을 계속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검찰공화국 폐해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하실 것을 믿는다”고 적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경선후보가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경선후보가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일정 중단

당초 민주당은 서울시장 후보를 오는 29일 최종 선출할 계획으로 26일과 27일 이틀에 걸쳐 1차 경선을 한 뒤 28일부터 이틀간 결선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박 의원이 사퇴하자 이날부터 시작한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 경선’을 일단 중단했다.

민주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7일 송영길-김진애 양자 토론회를 연 뒤 28∼29일 여론조사 경선을 검토 중이다. 송 전 대표는 당에 “신속히 서울시장 후보가 선출될 수 있도록 향후 일정을 조정·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일각에서는 현 상황에 결국 서울시장 경선이 ‘송영길 추대’로 마무리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당원들에게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송 전 대표인데다 딱히 대안이 없기도 하다”며 “차라리 유력주자가 없었으면 경선으로 분위기를 띄운다는 처음의 계산이 맞아들어갔겠지만 이렇게 원톱체제가 되어서야 뻔한 경선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양자 가상대결에선 국민의힘 후보로 확정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송 전 대표보다 우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22∼23일 서울시 거주 18세 이상 남녀 1,005명에게 오 시장과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 중 누구를 지지하겠냐고 물은 결과 오 시장 49.7%, 송 전 대표 36.9%를 각각 기록했다. 지지율 격차는 12.8%p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서 ±3.1%p) 밖이었다.(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이에 대해 송 전 대표는 2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2010년 인천시장 출마할 때도 선거운동 개시 2주 전 15% 이상 차이로 지고 있었는데 2주 후에 8% 차이로 이겼다”며 “4선을 준비하고 있는 현역 오세훈 시장에 비해 제가 서울시에서 뭘 할지를 아직 제대로 알릴 기회가 없었으므로 경선 후 공식 후보로 확정된다면 그때부터 따라 잡겠다”고 승리를 자신한 바 있다.

이어 서울시장 출마를 두고 '희생-욕심'이라는 평이 갈리고 있다는 지적에는 “그건 시민의 평가에 맡겨야겠지만 제가 5선 국회의원 임기도 2년 남아있고, 국회의장이 될 순번도 앞 순위인데 그런 기회를 다 포기하고 쉽지 않은 선거에 나섰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서울시장 선거는 오세훈 시장과의 경쟁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윤석열 정부의 독단적인 국정 운영에 관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고, 제가 그럴 인물”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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