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를 하루 앞둔 31일 서울 중랑구 면목역공원에서 선거 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를 하루 앞둔 31일 서울 중랑구 면목역공원에서 선거 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도봉·강북·성북·중랑구/권신구 기자  6‧1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31일. 서울 도봉구 쌍문시장 앞 유세에 나선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10년 전을 떠올렸다. 그는 “10년 전 제가 열심히 일할 때 이명박 대통령, 오세훈 시장 그리고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모두 압도적으로 3분의 2 이상 당선시켜 주셨을 때”라고 운을 뗐다. 

이어 “서울시가 달라지는구나 하는 걸 하루하루 피부로 느꼈던 기억이 생생하시냐”라고 물었다. 유세 현장에 모인 지지자들은 모두 ‘그렇다’며 화답했다. 오 후보가 던진 메시지는 분명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정부로의 정권 교체가 이뤄졌던 것처럼,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서울시의 지방 권력을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노원·도봉·강북·성북·동대문·중랑구 등 서울 동북부 지역을 훑으며 막판 표심 잡기에 주력했다. 지하철 역 인근에서 집중 유세는 물론 시장 상인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지역 발전 공약에도 힘을 줬다. 해당 지역들이 ‘재개발·재건축’ 문제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는 점을 공략했다. 그는 도봉구 쌍문시장 유세에서 “다녀보니 제일 큰 관심사는 재개발 재건축”이라며 이를 힘 있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의 대표 공약인 ‘약자와의 동행’도 적극 홍보했다. △임대주택 고급화 △안심 소득 시범사업 △무료 온라인 강의(서울런) 등은 그가 강조하고 있는 공약들이다. 주거‧교육‧의료 등의 영역을 챙겨 “약자와 동행 특별시”를 만들겠다 게 오 후보의 생각이다. 성북구에 살고 있다는 70대 박모씨는 오 후보의 연설 후 <시사위크>와 만나 “(오 시장이) 지난번에 오랫동안 (시장을) 하지 않았나”라며 “주택이라든가 서민들을 위해 하는 일들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뢰를 보냈다.

다만 오 후보는 이러한 정책들이 본인의 힘으로만 추진할 수 없다는 점을 짚고 넘어갔다. 서울시장 뿐만 아니라 구청장‧시의회‧구의회 등에서도 국민의힘 후보에 전적으로 힘을 모아달라는 주문이다. 지난 1년간 민주당이 다수를 점한 시의회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이러한 ′발목잡기′ 상황을 끊어야 한다는 게 오 후보의 설명이다.

서울시의 지방 권력 교체가 이뤄졌을 때 윤석열 정부와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오 후보는 이날 성북구 월곡역 앞 유세에서 “서울시장,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호흡이 잘 맞을 때 여러분이 염원하는 모든 사업들이 진도가 나갈 수 있다”며 “중앙정부까지 힘을 모아준다면 서울시의 미래가 우리 모두가 바라는 방향으로 한 치 빈틈없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공약을 일일이 거론하며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권신구 기자

◇ 송영길에 ‘급조된 후보’ 맹공

오 후보가 이날 서울 동북권 공략에 집중한 데는 해당 지역이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국민의힘이 상대적으로 열세 지역이라는 점도 주요했다. 지난 3‧9 대통령 선거 결과에서도 노원‧도봉‧강북‧성북‧중랑구 등은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오 후보 측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만나 “동부권 지역 같은 경우는 그동안 우리 당의 열세였던 지역”이라며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 선거운동을 하려고 노력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염두에 둔 듯 오 후보는 이날 유세 내내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공세를 퍼부었다. 특히 오 후보는 송 후보의 공약이 ‘현실성이 없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오 후보는 이날 중랑구 면목동 유세 현장에서 “송 후보는 공약하는 것마다 전부 뭘 나눠주겠다고 한다”며 “서울시민을 너무 낮춰보고 쉽게 보는 것 아닌가”라고 힐난했다.

김포공항 이전 문제에 대한 공세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이날 강북구 와이스퀘어 정문 앞 유세에서 “(김포공항 이전 공약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그런 공약을 내놓으려면 제주도까지 KTX부터 뚫어 놓고 하든지 그렇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와 송영길 후보가 세트로 나와서 온 서울시민, 인천, 경기, 수도권 국민들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오 후보는 이러한 민주당의 ‘오판’을 ‘압승’으로 심판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날 성북구 월곡역 유세에서 “이렇게 국민의 판단력을 무시하고 국민을 어수룩하게 생각하고 뭔가 대형 사고를 쳐서 표를 얻으려고 하는 것은 선거 때마다 나타나는 고질적인 병”이라며 “이번 수도권 선거에서 국민의힘에 압승 기회를 주셔서 이런 잘못된 행태, 버릇을 확실하게 고쳐주실 것을 호소 드린다”고 말했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은 ′낙관론′을 경계하고 나섰다. 개표 결과가 뒤집어 진 경우가 있다며 마지막까지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권신구 기자

◇ 국민의힘, ′낙관론′ 경계

각종 여론조사에 우세한 지표를 받아왔다는 점은 오 후보의 행보에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오 후보 측 관계자는 “선거운동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매일 시간이 지날 때마다 분위기는 올라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후보 캠프 선대위원장을 맡은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저희들은 서울시장만은 괜찮지 않겠냐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아직 뚜껑이 열리지 않은 만큼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다. 자칫 ‘들뜬’ 분위기 때문에 오히려 선거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엿보인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일부 평론가들은 국민의힘이 유리하다고 하지만 역대 선거에서 예상이 뒤집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지난 대선에서도 0.7%로 이겼다”고 다잡았다.

오 후보 측 관계자 역시 “마지막까지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가장 낮은 자세로 최선을 다해 선거운동에 임해야 한다는 건 우리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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