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와 해경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입장을 번복하면서 여권이 ′진상 규명′ 총공세에 나섰다. 이번 논란은 즉각 신·구 권력갈등으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고리로 야권을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국방부와 해경이 월북을 단정할 근거가 없다며 기존의 ‘자진 월북’ 입장을 번복한 게 시작점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선을 그었지만, 국민의힘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까지 거론하고 있다. 사실상 ‘신구 권력’이 충돌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17일 공무원 피격 사건와 관련, 민주당을 향해 맹렬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내세우는 거짓평화를 위해서라면 한 사람의 명예와 인권은 그리고 유가족의 아픔은 무시해버릴 수 있는 오만함에 대해 육모방망이보다 더 강한 분노의 민심 표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발표는 문제투성이였다”며 “당시 국정감사에서 섣부르게 월북으로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지만 문 정부는 ‘월북 딱지’를 붙이고 민주당도 월북 몰이에 장단을 맞췄다”고 힐난했다. 

전날(16일) 해경은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최종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최종적으로 월북을 판단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 9월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서 해당 공무원이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기존의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이날 국방부도 이러한 입장을 내놓으며 “국민들께 혼선을 드렸다”고 사과했다. 

이어진 정부의 행보도 발 빠른 모습이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은 유가족의 정보공개청구 소송에 대한 항소를 취하한 데 이어, 감사원은 이날 이 사건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고 과정 및 절차를 점검해 업무의 적법성을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 곳곳에서 ‘권력 충돌’ 징후

일단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신구 권력 충돌’로 비쳐지는 데는 선을 그었다. 그는 이날 오전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뭐가 나오면 정치 권력적으로 문제를 보고 해석하는 데 선거 때도 이 부분은 대통령이 되면 억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이번 상황을 권력 충돌로 보는 시각이 다분하다. 당장 국민의힘이 이번 사건의 ‘배후’를 의심하며, 전 정권을 향해 칼날을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진상규명 TF'를 구성해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밝히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권 원내대표는 “누가 어떤 의도로 무엇 때문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진상이 왜곡됐고 이로 인해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 했는지에 대해 철저히 조사 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직접 ‘수사 대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외교통일위원회 간사인 김석기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포함해 관계자 전원에 대한 본격 수사를 촉구한다”며 “모든 노력을 해서 진상을 밝히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우리 공무원을 범법자로 낙인찍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고도 힐난했다.

충돌의 지점은 비단 이번 사건뿐만이 아니다. 검찰이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두고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 출신 박상혁 민주당 의원을 수사선상에 올리는 등 본격적인 수사 개시가 이뤄지는 것도 이러한 해석을 공고히 하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정치 보복’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지만, 여권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기류가 강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 정부 때는 안 했나”라며 “정상적인 사법 시스템을 정치 논쟁화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국무회의에 배제한 것도 이러한 권력 충돌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전 위원장과 한 위원장 모두 문 전 대통령의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여권의 사퇴 압박은 이어져 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 논의도 많이 하는 데 굳이 올 필요가 없는 사람까지 다 배석시켜 국무회의를 할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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