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에서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에서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서해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월북여부가 논란이 되면서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대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의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서해상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1차 회의를 개최하겠다”며 “대한민국 공무원이 북한에 잔인하게 살해당했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월북 몰이로 북한 만행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유가족에 2차 피해를 입혔다”고 문재인 정부를 비난했다.

권 원내대표는 “만일 정권교체가 되지 않았다면 유가족은 더 긴 세월을 고통 속에 보냈어야 할 것”이라며 “단 한 사람의 죽음이라도 의문이 있다면 밝히는 게 인지상정이다. 건드리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민주당의 반응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역시 “늦었지만 국회에도 ‘해수부 공무원 피살사건 특별조사 진실위원회(가칭)’ 설치를 제안한다. 국가의 가장 근본적인 존재 이유와 책무에 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국회가 나서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며 “만약 북한에 굴종적으로 눈치를 보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라면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해 진실위 설치를 요구했다.

피살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는 22일 오전 9시 30분 서울중앙지검에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김종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소한다고 밝히고 압박을 더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16일 2020년 9월 27일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사건 관련 주요 쟁점 답변 지침을 하달받았다고 밝혔고, 유족 측은 “월북이 추정된다”는 당시 발표에 청와대의 구체적 지침이 있었다며 서 전 안보실장과 김 전 민정수석, 이 전 민정비서관을 고소하기로 결정했다.

또 이대준 씨의 아들 이씨는 20일 언론에 ‘우상호 의원님께’라는 제목의 자필편지를 공개하고 “이번에 아버지 최종수사 결과 발표 후 우상호 의원님의 발언을 접하고 몇 말씀 드리고자 글을 쓰게 됐다. 가족에게 공개되지 않는 군 특수정보가 아버지가 월북하셨다는 증거라고 하셨다”며 “그렇다면 아버지는 월북자, 남겨진 가족은 월북자 가족이 되는 건데 이런 끔찍한 죄명을 주려면 확실하고 명확한 증거를 가족들이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당신들만 알고 공개조차 할 수 없는 것을 증거라며 ‘너희 아버지는 월북이 맞으니 무조건 믿어라’ 이거냐. 이것은 반인권적인 행위다”며 “공무원이 월북자로 둔갑하는 상황인데 명확한 증거는 확인되어야 하지 않겠냐. 그렇게 확신하시면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아버지의 모든 정보를 지금이라도 공개하시면 된다”고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 민주당 “회의록 열람 및 공개 협조” 

반면 민주당 전직 국방위원회의 일동은 20일 기자회견에서 “사건 직후 국회 국방위에서 여야 의원들의 참석 아래 관련 내용이 비밀임을 고려해 비공개 회의를 열고 당시 정황과 판단 근거를 상세하게 보고 받았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안보해악을 감수하고라도 당시 비공개 회의록 공개를 간절히 원한다면 국회법에 따라 회의록 열람 및 공개에 협조하겠다”고 역공했다.

이들은 “당시 국방위 국민의힘 간사 역시 국방부의 판단 근거를 상세히 듣고 기자들에게 ‘월북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정황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다’고 했다. 합참 역시 정보분석 결과 월북 시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원하면 비공개 회의록을 공개할 수 있고 이마저도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면 미국 측의 협조를 받아 당시 SI 정보(특수정보첩보)도 공개하면 된다”고 맞섰다.

윤건영 의원 또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네 가지 월북 판단의 핵심 근거와 팩트가 있지 않냐. 팩트는 그대로인데 판단만 다르다”며 “팩트가 바뀌었거나 추가된 팩트가 있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같은 내용을 가지고 판단을 다르게 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한 달 만에 이렇게 해도 될 일인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그는 “당시에는 월북 의사가 쟁점이 되지 않았다. 핵심 쟁점은 무고한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군의 총격에 의해 피격됐다는 사실”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이 남북 관계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여러 차례 이야기하며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고, 이례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과메시지가 있었다. 만약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허투루, 설렁하게 대응했다면 북한의 사과가 있었을까 되묻고 싶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좀 딱한데 당시에 그 내용(SI 정보)을 다 듣고 이제 와서 왜 딴소리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태도 변화를 지적했다.

◇ SI정보 공개 여부가 쟁점

사건 자료 공개 여부를 두고 양 당 모두 ‘공개할 수 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자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전 정부의 중앙지검장이나 검찰총장 때부터도 늘 가지고 있었다.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자유민주주의와 법치라고 하는 우리 헌법 정신을 정부가 솔선해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되지 않느냐 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 보호가 국가의 첫째 임무인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국민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으면 정부가 거기에 대해서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건 마땅하지 않다. 그 부분을 한번 잘 검토를 해보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자료 공개에 나서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양 당 의원들과 대통령 모두 자료 공개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만큼 대통령지정기록물이라도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되었을 때 첩보 루트가 공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방부 문홍식 부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법과 규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도 “정보본부의 정보자산에 대한 무분별한 공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법과 규정에 의해서 결정이 되면 국방부나 군은 당연히 따라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됐을 때 공개범위나 내용 등은 그때 가서 또 협의가 있지 않을까 한다”고 선을 그었다.

군은 2020년 9월 이씨 실종 이후 브리핑에서 SI 감청 등을 토대로 이씨가 자진해서 월북을 시도한 정황이 있다고 설명했고, 국정감사에서 군이 포착한 정보에 ‘월북’이라는 단어가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으나 당시 청와대의 관련 자료는 모두 대통령기록물로 봉인됐기 때문에 국방부와 한미 정보 당국의 정보 공개가 우선될 수도 있다.

윤건영 의원 또한 SI 정보 공개에 대해 “군과 정부 여당이 판단해서 공개하면 될 일이다. 다만 정보자산은 한 번 공개되면 정보로서의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된다. 공개하는 순간 우리가 이 정보자산을 어디에서 취합했는지 드러난다”며 “정보가 어디에서 입수됐는지 출처를 알 수 있다면 적은 그 정보 출처를 개선하려고 하지 않겠냐. 그래서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야당인 민주당이 공개하자고 해도 국민의힘이 반대해야 할 텐데 국민의힘이 오히려 정략적으로 공개하자고 하고 있다”며 “만약에 그런 SI정보가 공개됐을 경우 국민의힘이 감당 가능하겠냐”고 되물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은 정부여당의 정보공개 여부 결정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대대적 검찰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과거 노무현 정부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초본 삭제’ 사건 당시 고등법원장의 영장 발부로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한 전례에 따라 이번 사건에서도 대통령기록물의 압수수색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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