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이 이준석 전 대표의 추가 징계 가능성을 두고 갈라졌다. 이 전 대표가 연일 대통령실과 당에 거친 발언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에 ‘해당 행위로 징계해야 한다’는 입장과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 맞붙으면서다. 일단 당 윤리위원회는 이에 대해 판단을 보류했지만, 이날 이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직격한 탄원서 내용이 공개되면서 기류가 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3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 윤리위원회은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여부 논의를 보류했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전날(22일) 국회에서 열린 윤리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표에 대한 신고 건에 대해선 오늘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굉장히 시간이 많이 걸렸고 여러 사유가 있어서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날 윤리위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안건을 논의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윤리위가 지난 19일 입장문을 통해 “당내 정치적 자중지란이 지속되는 것은 더 이상 방치되어선 안 된다”며 유해한 정치적 입장에 대해 엄정 심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이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으로 이어졌다. 다만 이 위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특정인 누구도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며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당내 분위기는 예사롭지 않다.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이 전 대표가 전방위적으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22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나쁜 사람들을 때려잡아야 한다”고 언급한 이 전 대표는 같은 날 저녁 한 방송에서는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언급하며 “황제가 자신감이 없으니 경기 시작 전 (검투사의) 옆구리를 칼로 푹 찌른다”고 비유했다. 전당대회 출마 등 자신의 정치적 진로를 윤 대통령과 윤핵관이 막고 있다는 취지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년 소통 TF 단장을 역임했던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은 이 전 대표의 추가 징계 가능성에 대해 힘을 싣고 나섰다. 그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근 이 전 대표의 발언을 보면 해당 행위로 보여질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에 대해 애정 어린 쓴소리를 하는 것이 아닌 이 정부를 나의 팬덤으로 망하게 만들겠다. 그래야 나의 공간이 생긴다는 기본적인 태도는 윤리위뿐만 아니라 우리 당 당원이나 국민들이 숙고해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 ‘탄원서’ 공개에 당내 분위기 ‘냉랭’

더욱이 이날 이 전 대표가 지난 19일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가 공개되면서 당 분위기는 요동치고 있다. 이 전 대표가 탄원서에 윤 대통령을 ‘절대자’로, 당의 비대위 전환 과정을 ‘신군부’, ‘계엄 상황’ 등으로 비유했기 때문이다.

공개된 탄원서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이 사태를 주도한 절대자는 지금의 상황이 사법부에 의해 바로잡아지지 않는다면 비상계엄 확대에 나섰던 신군부처럼 이번에 시도했던 비상 상황에 대한 선포권을 더욱 적극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적었다. 

아울러 주호영 비대위원장과 김기현 전 원내대표를 거론하며 “법원의 권위에 도전하는 수준의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그들이 주도한 이 무리한 당내 권력 쟁탈 시도가 법원의 판단으로 바로잡아진다고 하더라도 면을 상하지 않도록 어떤 절대자가 그들에게 면책특권을 부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즉각 거론된 인사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주 위원장은 이날 상임고문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표가 독재자가 된 것 같다”며 “본인 생각으로 전부 재단하고 그런다”고 비판했다. 김 전 원내대표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 “안전핀이 뽑힌 수류탄은 정말 위험하다”며 “상상은 자유지만 그 상상이 지나치면 망상이 되어 자신을 파괴한다는 교훈을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탄원서 여파가 상당한 상황에서 일각에선 이 전 대표의 추가 징계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다만 당내 모두가 이에 동의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혼란이 지속되는 양상이다. 천하람 국민의힘 혁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추가 징계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 역시 윤리위의 추가 징계 가능성에 반대했다. 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전 대표에 대해 추가 징계를 한다면 탈당 권유나 제명밖에 없다. 둘 다 이 전 대표를 당에서 축출하는 것”이라며 “이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여부는 (가처분 결과와 경찰수사) 두 사안의 결과를 보고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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