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양천구 대심도 빗물터널(지하저류시설)을 방문해 이기재 양천구청장으로부터 대심도 빗물터널 현황을 보고 받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서울 양천구 대심도 빗물터널(지하저류시설)을 방문해 이기재 양천구청장으로부터 대심도 빗물터널 현황을 보고 받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과거 국회의원 공천장을 대통령이 수여한 적이 있다. 정당에 ‘총재’라는 직함이 존재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여당의 경우 대통령이 총재를 맡았기 때문이다.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있었던 일이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총재를 역임했던 마지막 대통령이다. 그러나 3김시대가 종언을 고하며 ‘보스 정치 타파’ 목소리가 나오면서 총재직은 폐지됐다. 주요 정당에서 총재직이 사라진 지 20년 정도 돼가고 있다. 

총재가 없어지면서 당권·대권 분리, 당청(청와대, 현재로 치면 대통령실)의 수평적 관계 등의 문구가 자주 보였다. 그리고 대통령이 당내 상황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하지 않는 것이 하나의 불문율로 자리 잡았다. 정치적 중립도 그 이유가 될 수 있으나,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함이다. 그만큼 여당과 대통령은 한 몸이면서도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여왔다.

◇ 윤 대통령의 연찬회 방문 여부 주목

윤석열 대통령 또한 당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해왔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징계 관련 현안이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등 여당의 내홍이 있었지만 관련 질문에는 “대통령으로서 당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당원의 한사람으로서 안타깝다” 등 원론적인 입장만 밝혀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을 한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일부 언론에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연내에 개최돼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통령실은 이를 부인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지난 23일 “윤 대통령은 당의 정치 일정은 국회의원 등 당원의 중지를 모아 결정해야 한다는 소신이 있다”며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대표의 탄원서가 여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는데, 이 탄원서에 보면 ‘절대자’ 등의 표현과 ‘절대자와 가까운 사람이 징계 수위를 두고 회유했다’는 취지의 문구가 있다. 이는 윤 대통령이 당무에 대해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더 나아가면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의 징계에 개입했다는 뜻으로도 보인다. 이런 내용의 탄원서니 국민의힘이 더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더 앞서 ‘내부총질 문자 파문’도 있었다. 윤 대통령이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내부총질이나 하는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 이 전 대표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인식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또 이같은 ‘윤심’(尹心)은 국민의힘의 행보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인식이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참석 가능성을 들고 나온다. 국민의힘은 오는 25일부터 1박 2일간 충남 천안에서 연찬회를 하는데, 정부 측과 대통령실 주요 인사들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현재 윤 대통령의 참석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만일 참석한다면 현직 대통령이 여당 연찬회에 참석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과제를 뒷받침하는 여당 의원들을 정기국회를 앞두고 격려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그러나 ‘이준석 리스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윤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한다는 인상을 풍길 우려가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과거 총재정치 시기에나 볼 수 있었을법한 일이 반복해서 벌어지고 있다”며 “‘오이밭에서 신발끈 고쳐매지 말라’는 옛말이 있는데, 설령 당무에 개입하지 않는다 해도 이런 사태가 계속 반복되면 당이 대통령에게 종속됐다는 사당화 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총재정치가 사라진) 20년 역사의 역행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