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2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2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준석 전 대표와 국민의힘이 28일 다시 법원에서 맞붙었다. 지난달 17일 첫 가처분 심문 이후 세 번째다. 이 전 대표 측은 1차 가처분 인용 이후 비대위 체제 전환은 ‘무효’라는 점을, 국민의힘 측은 ‘새로운 비상상황’이라는 점을 들어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서울남부지법 제51민사부(수석부장판사 황정수)는 이날 오전 11시 이 전 대표가 제기한 3‧4‧5차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문을 진행했다. 이날 심문은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전국위원회 당헌 개정안 의결 효력정지를 비롯해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원들에 대한 ‘직무 정지’에 관한 건이다. 

◇ 이준석 측 “당 대표 축출이 목적”

최대 쟁점은 단연 ‘당헌 개정의 적절성’ 여부였다. 이 전 대표 측은 ‘선출직 최고위원 4인의 사퇴’로 비대위 전환이 가능토록 한 새로운 당헌이 문제가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근거로 내세운 것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당 대표는 1인 1표를 행사하는 방식으로, 최고위원은 1인 2표를 행사하는 방식으로 뽑는 ‘분리선출’이기 때문에 최고위원의 사퇴만으로 당 대표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직접 심문에 참여한 이 전 대표는 ‘울릉군’의 사례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울릉군 의회는 가 선거구 4명, 나 선거구 2명, 비례 1명을 선출해 구성한다”며 “만약 특정 상황 속에서 가선거구 4명이 궐위됐다고 해서 울릉군 군의회가 상실됐다고 보지 않고 그 경우 보궐선거를 하도록 규정한다”고 말했다. 

1차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최고위원회로 전환해야 했음에도 무리하게 당헌을 개정하고 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이전 상황을 소급해서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 측은 국민의힘이 정미경 전 최고위원의 사퇴가 1차 가처분 판단 이후라는 점과, 주호영 비대위 당시 위원들의 사퇴 등 ‘새로운 비상상황’이 발생했기에 새 비대위 전환이 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중대한 사정변경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게 법원의 이의기각 결정문에 판시하는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최고위원들의 사퇴 사유가 ‘일신상의 이유’라고 명시된 데 대해선 “어떻게 9명이 일신상의 사유가 발생했나”라고 지적했다.

2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국민의힘 전주혜 비대위원이 이준석 전 대표가 낸 정진석 비대위 직무정지 관련 가처분 심문에 변론을 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가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종혁 비대위원. /뉴시스
2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국민의힘 전주혜 비대위원이 이준석 전 대표가 낸 정진석 비대위 직무정지 관련 가처분 심문에 변론을 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가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종혁 비대위원. /뉴시스

◇ 국민의힘 측 “특정인 겨냥 아냐”

이렇다 보니 이 전 대표 측은 당헌 개정을 비롯해 새 비대위 전환까지의 과정이 오롯이 이 전 대표를 ‘축출’하기 위한 의도라고 보고 있다. 이 전 대표 측은 “비대위 설치 목적은 비상상황 때문이 아니고 당 대표를 축출하고자 한 것이고 이를 입증하는 증거가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유상범 의원 간 문자메시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 축출이 목적이라는 게 명백히 입증이 됐고 그래서 비대위 출범이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국민의힘은 이러한 이 전 대표 측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5차 가처분 신청 당사자로 출석한 전주혜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이날 심문에서 “저희가 어떤 특정인을 가정해서 당헌을 개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당헌 개정안이 전국위원회 의결 등 적법한 절차를 밟은 점을 강조하며 하자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헌 개정은 당 대표의 전횡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의 설명도 더했다. 더욱이 이번 당헌 개정은 ‘정당의 자율성’과 직결되고 있다는 점에도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 측은 “정당의 결정이나 의결 절차가 현저히 정의에 어긋나거나 내용이 사회 관념상 타당성이 잃었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내용이나 의도 등은 상관이 없다”며 “어떤 정당이 당헌을 선택할 때는 여러 이유를 갖고 나름대로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하면 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당헌 개정이 이 전 대표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비대위 설치가 완료됨으로써 상실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당헌이 개정되고 나서 비대위원 사퇴한 절차를 밟았기에 전환 절차에 대해서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 “법원서 정치” vs “정치에 사법 끌어들인 게 누구”

당헌 개정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서 정진석 국회부의장의 ‘겸직 문제’를 둘러싸고도 양측은 신경전을 펼쳤다. 국민의힘 측은 국회부의장도 국회법상 당의 당협위원장, 비대위원장, 최고위원 등을 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겸직이 금지되는 경우는 국무총리, 국무위원 등 ‘공직’에 한하는 것이란 취지다. 이에 이 전 대표 측은 비대위원장의 ‘업무추진비’를 거론하며 영리 행위로 인한 국회부의장의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맞섰다.

쟁점 사안을 두고 공방을 이어가던 이들은 이번 사태의 ‘책임’에 대해서도 난타전을 펼쳤다. 전주혜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이번 3·4·5차 가처분 신청 판단과 관련해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해줄 것을 요구하며 “새 비대위가 직무 정지가 되면 최고위로 돌아갈 수 없다. 정말 진퇴양난이고 당이 마비된 상태”라고 호소했다. 다음 총선을 앞두고 조직강화특별위원회 결정 등 산적한 난제가 ‘올스톱’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러한 발언에 이 전 대표는 “듣자 하니 감정이 격앙된다”며 발끈했다. 그는 “이번 가처분이 인용되면 정당이 회복될 수 없는 상황에 빠지니 기각해달라는 게 정치”라며 “정치는 정당 내부에 있어야 한다. 완전히 뒤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에 와서는 읍소와 정당의 위기 가능성을 언급하며 정치하려 하고 정당 내에선 적법절차 아닌 형태의 방식으로 강행처리했다”며 “법원에 와서 정치하고 정치 현장에서 윤리위 강행 처리를 통해 이 사달을 일으키신 분들께 엄격한 판단을 해달라”고 말했다.

당장 국민의힘은 반박했다. 전 위원은 심문 후 기자들을 만나 “정치를 사법의 영역에 끌어들인 게 누구인지 묻고 싶다”며 “결국 채무자(이 전 대표)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종혁 비대위원 역시 “사법부에 정치를 끌어들인 건 군사정권의 탄압이 아니라 당 대표가 법정으로 끌고 오면서 처음 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측은 이 전 대표 측의 주장에 대해선 ‘천동설’과 같다고 비꼬기도 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이번 심문과 관련해 “이준석만 날리면 모든 게 잘 될 것이란 주술적 생각을 볼 수 있는 심리가 아니었나 생각한다”며 “정상적 당 운영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하고 이번 출석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심문을 마친 법원은 이르면 다음 이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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