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세종 도담동 아이누리 어린이집을 방문해 이야기 할머니 프로그램을 참관하고 있다. /대통령실-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세종 도담동 아이누리 어린이집을 방문해 이야기 할머니 프로그램을 참관하고 있다. /대통령실-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막말 논란’을 두고 여야가 프레임 싸움을 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이 사태의 본질이 ‘비속어 막말’이었는지, 아니면 ‘진실 공방’이었는지 흐려지는 모양새다. 특히 대통령실과 여권이 윤 대통령의 발언 내용 중 ‘바이든’을 ‘날리면’, ‘날리믄’, ‘발리믄’ 등으로 제시하면서 사건의 초점은 발언의 적절성에서 ‘발언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 

◇ 사과보다는 프레임 전환에 치중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국가정보원 소속 심리정보국 소속 요원들이 국정원의 지시에 따라 인터넷에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에 대해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고 상대편인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는 비방 댓글을 남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처음에 이 사건은 ‘관권선거’ 프레임으로 시작됐지만, 국정원 직원의 경찰 진입 저지(일명 셀프감금) 사건 이후 ‘민주통합당이 가해자, 국정원 직원은 피해자’라는 프레임이 형성됐다. 한참 후에야 관련 인물들은 기소됐지만, 당시 ‘관권선거’에서 ‘국정원 직원이 피해자’로 프레임이 전환되면서 민주통합당은 역풍을 맞았다. 

윤 대통령의 ‘비속어 막말 논란’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처음에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적절한지를 두고 비판이 일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발언이 맞는 지로 공방을 벌이고, 야당과 언론이 유착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비속어 막말 논란’에서 ‘발언 여부 진실 공방’을 지나 ‘정언유착’으로 이동하는 모양새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의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다. 

대통령실은 지난 26일 윤 대통령의 발언 중 ‘이XX’ 부분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27일 그 배경에 대해 “비속어가 이 논란의 본질이라면 대통령이 유감표명이든 그 이상이든 주저할 이유도 없고 주저해서도 안 된다”며 “비속어 논란이 본질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대통령실은 꾸준히 해당 발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등장하지 않았다고 강변하고 있다. 이 부대변인은 국내 전문가들을 통해 ‘바이든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국민일보’는 참모들이 윤 대통령에게 확인했을 때,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말한 적은 없다. ‘이XX’ 발언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여권에서는 대통령실이 주장한 ‘날리면’ 외에도 ‘날리믄’, ‘발리믄’, ‘말리면’ 등 다양한 제시어가 등장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확한 워딩이 무엇인지 전문가들끼리도 음향분석에서도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데 그것을 단정적으로 자막을 입혔다”고 지적한 것도 ‘여러 단어가 제시된 상황’을 바탕으로 한 셈이다. 

즉 여권과 대통령실에서 비속어를 사용한 것보다는 언론에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 보도됐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비속어 막말 논란’을 ‘정언유착 의혹’으로 몰고 갔다. 국민의힘은 정언유착 의혹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야당에 역공을 가하고 있다. ‘진실공방’으로 프레임을 전환하기 위해 여러 단어를 제시한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이유다. 

박수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속어가 논란의 본질이 아니다’라는 대통령실의 입장에 대해 “대통령실이 초점을 그렇게 옮기고 싶다는 것을 그 인터뷰가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며 “지금 국민들은 대통령이 한 욕설에 낯뜨거워 하고 있는데, 대통령실만 뒷부분으로 옮겨가고 싶어서, 앞부분 욕설이 본질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근거자료 및 출처 

- 박수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라디오 인터뷰 /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2022년 9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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