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문재인정부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문재인정부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서 서해공무원 피격 사건과 탈북 어민 북송사건의 재조사 필요성을 제기한 가운데, 문재인 정부 안보실 관계자들이 27일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은폐 의혹에 정면 대응했다.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동해∙서해 사건 관련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에는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과 정의용 전 외교부 장관도 이름을 올렸다.

서해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서 전 안보실장이 언론과 처음 대면해 본인의 뜻을 피력해 주목을 받았다. 또 예정과 달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자리했다.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따로 발언을 하지 않았으나 끝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참석자들의 주장에 힘을 더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 대표를 향한 수사가 급물살을 탄 상황에서 ‘원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당시 청와대나 국정원에서 자료를 삭제, 조작, 은폐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월북몰이’를 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탈북 어민 강제송환과 관련해서도 동료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을 풀어놓을 국가기관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 국정원 자료 조작, 불가능?

먼저 자료 조작 의혹과 관련해 노 전 비서실장은 “청와대는 정보나 첩보를 생산하는 기관이 아니다. 생산된 정보와 첩보를 보고받는 곳이다”며 “청와대가 정보나 첩보를 생산 기관에 삭제하거나 수정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일부언론의 보도는 제가 아는 한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전 국정원장은 “저는 대통령이나 청와대 안보실로부터 자료를 삭제하라는 어떤 지시를 받은 적도 없고, 국정원 직원들에게 삭제하라는 지시를 한 적도 없다”며 “윤석열 정부는 국정원 고발, 감사원 감사, 검찰 수사를 통해 삭제할 수도 없는, 삭제하지도 않았고 삭제해도 남는 자료를 삭제했다고 한다. 국정원의 첩보는 국방부에 남아있고, 국정원에서 생산된 보고서는 메인 서버에 그대로 남는다. 삭제를 지시한 적도 없지만, 설사 제가 지시한다고 해도 자료 삭제에 관해 따를 방법이 없다”고 반박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맡았던 윤건영 의원은 “국정원에는 메인 서버가 있다. 이 부분은 삭제가 불가능하다고 어제 국정원 국정감사에서 국정원장 뿐만 아니라 부서장까지 확인했다. 그리고 또다른 메인서버가 있다. 외부에서 오는 SI정보나 군에서 오는 첩보를 보관하고 배포하는 과정에서 메인 서버가 오염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며 “이 서버의 내용은 삭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국정원에서 자정이 넘어 메인서버 삭제가 가능하다고 문자를 보냈다”며 “마치 메인 서버가 삭제될 수 있는 것처럼 말장난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은 27일 자정이 넘은 시각 문자메시지를 통해 “메인 서버에 저장된 첩보 삭제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나 삭제 시 사실상 복구가 불가능하며, 정당한 이유 없이 삭제하는 것은 위법행위로서 원장이 이를 지시하는 것 또한 위법이다. 박지원 전 원장 재임 기간을 제외하고는 이러한 전례가 없었다”고 부연설명했다. 박 전 원장 때 삭제 지시가 있었다고 해석될 수 있다.

'서해 피격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 형 이래진 씨와 김기윤 변호사가 지난 26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종합민원실에서 '피격됐을 당시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와 관련해 중국어선과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에 대한 조사요청서를 제출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서해 피격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 형 이래진 씨와 김기윤 변호사가 지난 26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종합민원실에서 '피격됐을 당시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와 관련해 중국어선과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에 대한 조사요청서를 제출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 월북 여부 두고 논쟁 치열

감사원은 당시 해경에서 한자가 기재된 구명조끼를 입었음을 확인했는데도 이를 발표에 미반영 하는 등 기존증거를 은폐하고 문재인 정부에서 ‘월북몰이’를 했다고 발표했다. 안보실, 국방부 등 5개 기관 총 20명에 대하여 직무유기,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요청 했다는 보도자료에 대해서도 이날 반박이 나왔다. 당시 관계자들 모두 한자가 쓰여진 구명조끼나 중국 어선과 관련해서는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 전 실장은 “월북으로 몰았다는 말이 있는데 정부로서는 그럴 일이 없다”며 “당시 서욱 장관이 취임 사흘만에 발생한 사건이었다. 그 전 장관 경질 사유가 월북을 막지 못했다는 경계 실패였다. 만약 월북이라면 또 책임을 져야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인데 정부에서 월북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이상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박 전 국정원장도 “거듭 말씀드리지만 월북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만 국방부는 책임을 져야하고 문책을 당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사실대로 발표를 했다고 본다”고 했다.

노 전 비서실장 또한 “월북여부 판단은 주요 단서가 있었기 때문에 정부가 월북을 감출 수가 없었다. 오히려 은폐를 안 한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규명해서 그대로 투명하게 발표했다. 한치도 벗어난 적이 없고 지금도 당시 정부에서 발표한 것과 달라진 상황이 하나도 없다. 당시 뭔가 은폐했다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야 하는데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는 건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설훈 의원은 감사원 보도자료와 관련해 오히려 움직일 수 없는 월북 자료라고 주장했다. 설 의원은 “감사원 자료에는 중국 어선에 승선해 치료를 받았을 것이라고 나와있는데 왜 다시 내렸는지는 해석의 문제다”며 “국민의힘에서는 중국 어선이 불법 어선이기 때문에 바다로 다시 보냈다는 주장이다. 저는 그 배에 타고 있으면 중국이나 한국으로 갈 텐데 이도 저도 싫고 북한으로 가겠다고 배에서 내렸다고 해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정감사에서 국방장관에게 어느 판단이 옳은 거냐고 물으니 장관은 판단 못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거기까지다”며 “그런데 일반 국민이 생각할 때 그 배 타고 있으면 중국을 가든 한국을 가든 둘 중에 하나인데 왜 내렸느냐? 명백한 월북의 판단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영배 의원은 감사원의 자료 공개 자체를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이 자료는 SI, 첩보로 보인다. 첩보는 공개하면 안 된다. 첩보 공개는 국방부 장관의 결정이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감사원에서 이 부분을 보도자료 형식으로 공개했다.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이다. 이게 SI에 있는건지 감사원이 확인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시사위크>는 감사원에 사실 확인을 시도했으나, 서해 사건과 관련해 보도자료 내용 이상의 답변을 듣기는 어려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탈북 어민 강제송환 아니라 ‘범죄인 추방’

이날 기자회견에는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정의용 전 안보실장은 입장문을 통해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소위 ‘탈북어민 강제송환’ 사건은 ‘북한에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동해 NLL을 무단으로 월선한 범죄인들을 북한으로 추방’한 사건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밝혔다.

정 전 안보실장은 “이들 2명은 하룻밤 새에 동료 선원 16명을 차례로 도끼와 망치로 잔인하게 살해하고 도피 행각을 하다 남으로 넘어온 것이며, 우리 해군 특전요원들이 제압, 나포한 후 범죄 사실을 확인해 북으로 추방한 것”이라며 “범행 후 북한 내륙 깊은 곳으로 도망가기로 모의하였으나 공범 한 명이 체포되자 바다로 도주하여 압송된 것”이라고 정황을 전했다.

이어 “합신과정에서 귀순의향서를 제출했으나 주무부처와 협의를 거쳐 진성성이 없다고 판단했고 추방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아무리 전 정권을 부정하고 싶더라도 국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사안을 이제 와서 관련 부처들을 총 동원하여 번복하고 수사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같은 정면 반박에 국민의힘 측에서는 논평을 통해 “‘월북몰이’는 없었다는 억지 변명으로 일관했다. 그 어떤 납득할 만한 해명은 전혀 하지 못했고, 국민의 분노 지수만 높였다”며 “문재인 정권의 안보라인 수장들은 당시 구조가 긴박했던 상황에서 국민을 살리기 위해 ‘행동’은 하지 않고 단지 ‘예의주시’를 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훈 전 안보실장은 첩보 삭제 지시는 없었고, 당시 상황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에 보고했다는 말도 덧붙였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보고를 받았는지, 그리고 어떤 지시를 했는지에 대한 국민적 궁금증도 풀어야 할 것이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국민의 생명 보호에 관한 문제이지, 정치 문제이거나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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