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국회를 멈춰세웠다. 이를 해결하려면 윤 대통령의 사과가 필수적이라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사진은 지난 25일 윤 대통령 시정연설에서 민주당 쪽 의석이 비어있는 모습.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국회를 멈춰세웠다. 이를 해결하려면 윤 대통령의 사과가 필수적이라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사진은 지난 25일 윤 대통령 시정연설에서 민주당 쪽 의석이 비어있는 모습.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정국 경색이 지속되면서 국회 공전 상태도 길어질 전망이다. 169석의 거대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대통령과 여당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여야 간 대치 전선이 해소될 기미도 안 보인다.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고,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방책이 있을까.

◇ 거대 야당 멈추면 국회도 멈춰… 대통령은 사과 거부

지난 27일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의 국회부의장 선출이 불발됐다. 통상적으로 당내에서 국회부의장을 내정하면, 국회 본회의에 안건으로 상정해 선출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이XX’ 발언 논란 및 야당 압수수색 등에 대한 사과 없이는 의사일정을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새 부의장 선출은 내달로 미뤄졌다. 민주당의 협조가 없다면 국회는 계속 공전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28일 현재, 국정감사가 끝난 지 나흘이 지났지만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 강하게 반발하며 야당은 대정부 투쟁을, 여당은 대야 공격에 주력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2023년도 예산안 합의 처리는 물론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를 위한 법안도 통과가 어려울 전망이다. 

국회부의장 선출만 무산된 것이 아니다. 민주당은 지난 25일 윤 대통령 시정연설에 불참해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에게 ‘반쪽 시정연설’을 하도록 만들었고,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도 상정을 거부했다. 오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50일 넘게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니 내달 4일부터 시작되는 예산안 심사도 걱정거리다. 민주당은 민생·복지 예산을 삭감한 정부 예산을 ‘비정한 예산’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손질을 예고했다. 특히 정부가 올릴 세제개편안과 정부조직개편안은 처리하지 않고, 지역화폐·노인 일자리 등 문재인 정부 사업 예산을 되살리겠다는 방침이다. 그만큼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에 ‘아무것도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지 않으면 국회 공전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도 예산안이 법정기한인 12월 2일에 통과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는 등의 내용의 정부조직개편안이나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역시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결국 국회를 움직이려면 윤 대통령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미 사과를 거부했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사과할 만한 일이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사과 카드’는 꺼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멈춰 섰기 때문에, 민주당도 명분이 있어야 국회 공전을 멈출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사과 없이 움직일 수 있겠느냐”고 전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는 이날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경제 위기 돌파를 위해서 대통령이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을 거듭 다시 한 번 촉구 드린다”며 재차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열린 자세로 임하겠다”면서도 “정부예산안을 두고 여야정이 논의하는 것이 더 우선”이라고 했다. 사실상의 거부다. 여야는 결국 예산안 심사에서도 파열음을 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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